앵커: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의 딸 김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의 인간미를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김주애에 대한 숭배를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8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의 행보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김주애에 대해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해 11월 김주애를 처음 소개하며 김정은의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묘사했고 같은달 두 번째 등장에서는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불렀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주애에 대한 북한 관영매체의 표현이 격상된 것에 주목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북한 관영매체가 김주애를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언급한 순간 (자애로운 아버지상 구축 등) 김정은의 인간미를 선전하는 수준은 넘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10살 정도 되는 아이를 존귀하신 자녀분이라고 표현한 것은 일반 주민들과 김주애는 혈통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며 “앞으로도 정통성 있는 수령의 가계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변함없는 충성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이것은 눈높이를 일반 북한 주민들의 수준으로 낮춘 게 아니며 김정은의 아버지스러운 면을 강조한다든가 공동 운명체 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데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존귀한 자제분이라고 해서 아예 층을 달리한 순간 김정은의 인간미를 부각하려는 것은 아닌 거예요. 신의 자식인 거예요. 그 10살 정도 되는 아이를 존귀한 자제분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너희하고 나하고는 혈통부터가 다르다는 이야기거든요. 태생부터가. 일종의 공동 운명체 의식을 고취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차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월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은 낮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날도 차 수석연구위원은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만약 정말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어야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굉장히 급한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자신의 유고를 염두에 두고 만일을 위한 준비를 할 수는 있지만 단기간 내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김주애가 단박에 후계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으로서는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김여정이 김주애를 보필하며 4대 수령의 섭정 역할을 할 가능성, 반대로 김주애의 위상을 만들어가면서 김여정을 서서히 도태시키는 가능성 모두 있다며 앞으로 김주애와 김여정의 등장 빈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이날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행사와 김주애의 위상평가’ 분석자료에서 북한 관영매체가 김주애에 대해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에 주목하며 북한이 “김주애 개인숭배를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정 실장은 이러한 북한의 의도가 김주애 후계자 만들기에 있다고 바라보며 차 수석연구위원과 의견을 달리 했습니다.
정 실장은 “이러한 김주애에 대한 개인숭배의 시작은 김주애가 아직 공식 후계자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김정은, 김주애, 리설주가 군부의 핵심 간부들과 찍은 사진에서 김주애가 가운데에 위치한 것 역시 북한의 미래 최고사령관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직 김주애가 후계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지난 1월 한국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보다 조금 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정보당국은 현재 김주애의 후계자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