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50년간 북한에 억류된 뒤 탈북한 국군포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는 15일 탈북 국군포로 2명의 의뢰를 받아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일이 오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물망초는 한국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후 50여년 동안 북한에 억류되어 강제노동을 했던 국군포로 2명이 탈북해 한국으로 와서 제기한 소송입니다.
물망초는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제법과 포로와 전쟁범죄에 관한 국제법 등을 위반한 책임을 묻는 사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소송가액, 이른바 청구 금액은 3만 6천여 달러입니다.
물망초는 한국 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난다면 북한으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의 단초가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준 물망초 기획팀장 : 저희는 이번에 소송가액이 크고 적고에 대해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선판례를 남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선판례를 남겨야 한국에 자력으로 오신 다른 분들도 그 판례를 보고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소송의 접수일은 지난 2016년 10월 11일로 3년이 지나도록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모두 4차례의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됐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이란 변론기일에 앞서 변론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 소송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물망초는 판사와 변호인들이 지난 4차례의 변론준비기일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당사자 적격문제와 억류·강제노동 입증여부 등에 대한 치밀한 법리와 외국의 판례 등을 집중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준 물망초 기획팀장 : 주된 논점은 북한이 한국 헌법상 불법 단체인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법원은 지난해 12월 21일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 각각에게 소송의 변론일을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했습니다.
공시송달이란 피고, 즉 소송을 당한 쪽이 소송서류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2주 동안 사건 관련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한 뒤 재판 절차에 돌입하는 제도입니다.
물망초는 미국에선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경우들이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 2018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약 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