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 비핵화 대화 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내년에 실시될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이 7일 개최한 개원 32주년 기념 학술회의.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당분간 남북 관계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미·중 전략 경쟁 구도가 자신들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며, 당분간 상황 변화를 원치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북한은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이 같은 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남측에 대한 대적관을 뚜렷이 보이고 있는 만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장 부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한국을 향한 북한의 태도 변화와 관련해서는 ‘대적 투쟁’ 등의 표현을 동원한 공세적인 태도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 대응, 한국 측의 사소한 움직임에 대한 예민한 태도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직접적인 군사 도발을 자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훈련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을 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핵탄두 사진을 공개하는 등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올해 14차례 정도의 무력 도발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술 무기 시험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미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에 핵탄두를 충분히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한국을 향해 전술핵무기 뿐 아니라 전략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안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공공연히 핵무기 실전 배치 등을 주장하는 상황이 한국 측에는 위협인 동시에 향후 비핵화 협상 재개 시 적극적인 참여를 주장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며,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 결과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명시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대미 관계 개선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보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로를 향한 미국과 북한의 정책이 미 대선까지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이날 같은 토론회에서 한미 양국이 북핵 대응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등 확장억제 분야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최근 펴낸 북한인권보고서를 언급하며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알려 나가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 :이는 북한을 망신 주고 몰아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북한 주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권 장관은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억제와 압박에 주력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면 ‘담대한 구상’을 이행할 준비를 하겠다며, 북한에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