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해도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영변 핵 사찰을 주도한 미국의 올리 하이노넨 (Olli Heinonen)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 단계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 이외의 핵무기 생산과 실험 시설 그리고 무기의 폐기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는 중요한 첫 번째 조치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고 하기에는 결코 충분치 못하다는 설명입니다. (It is an important welcome first step, but by far not enough. The dismantlement should include also the likely uranium enrichment capabilities outside of Yongbyon, actual weapons manufacturing and testing facilities and weapons themselves.)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면서 나머지 관련 시설에 대한 폐기 약속과 로드맵 즉 이정표가 진정한 비핵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However, to make it to true denuclearization, a commitment and roadmap for the completion of the rest of the process is essential.)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토비 달튼(Toby Dalton) 핵정책프로그램(Nuclear Policy Program) 국장도 영변 핵 단지의 완전한 폐기 만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돌입한다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달튼 국장 : 영변 이외에 있는 여러 개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미사일 생산 시설 등 장소를 불문하고 광범위한 주요 핵 프로그램 시설들을 포함해야 합니다. 영변 폐기에만 집중한다면 이 같은 주요 핵 무기 프로그램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북한이 영변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핵 시설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영변 이외 핵 관련 시설도 모두 폐기하기 위해 영변 시설을 첫 번째 조치로 폐기한다면 ‘불가역적인’ 비핵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If North Korea agrees to demolish all the nuclear facilities in Yongbyon AS A FIRST STEP toward demolishing the remaining facilities outside Yongbyon, then we can say that we have entered the “irreversible” stage of denuclearization.)
그는 그러나 추가 조치가 없다면, 영변 이외의 시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역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데릴 킴볼(Daryl Kimball) 미국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회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인지 아닌지를 논의하기 보다는 영변의 완전한 폐기가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변 핵 단지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며 협상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토비 달튼 국장은 영변은 더 이상 북한 핵 프로그램의 근간(mainstay)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북핵 관련 시설이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