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청와대는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반도 비핵화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9월 하순경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주목한다”며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조기 달성하기 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지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이틀만에, 그리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하루만에 나와 주목됩니다. 한국 청와대는 볼턴 보좌관의 경질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미국 정부의 대북협상 기조가 당장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이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대북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여파는 크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해야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이른 바 ‘빅딜’을 주장한 볼턴 보좌관이 물러남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좀 더 유연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볼턴 보좌관이 물러났다고 해서 갑자기 미국이 북한에 유연하게 접근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이후 보상을 해야 한다는) 쪽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던 볼턴 보좌관이 퇴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유연해질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단계적 비핵화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미국이 어느 정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상응 조치로는 대북제재 완화가 거론됩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협상 기한으로 삼은 연말 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며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 기조가 하노이회담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하노이회담을 앞둔 지난 1월 말 스탠퍼드 대학교 강연을 통해 “미국 정부는 ‘북한이 모든 것을 다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볼턴 보좌관이 물러나면서 미국 정부는 하노이회담 이전 비건 대표가 주도했던 미북 간 동시행동의 원칙에 기반한 협상을 준비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 하노이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입장은 초기 단계의 비핵화와 초기 단계의 제재완화를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회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이 이와 관련된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이 강경했던 것으로 봅니다.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한국 TBS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북한에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빅딜’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했다는 겁니다.
반면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대표 등 대북협상 실무자들은 여전히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 정부의 대북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박 소장은 “비건 대표는 얼마 전 미국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언급해서는 안 되는 불문율인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언급했다”며 “이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 차원의 발언인데 그 이후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 문제가 아닌 트럼프 행정부와 볼턴 보좌관과의 지속된 의견 충돌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메시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