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핵화 시간표 무설정’ 발언은 대북 협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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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향후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를 대처하는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협상을 타결하는데 2년, 3년이 걸리든 또는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를 1년 혹은 자신의 임기 내에 이루겠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대북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비핵화가 시간이 걸리는 과정(process)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비핵화를 조속히 달성하는 것에 절박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 미국이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서두르면 북한은 미국에 양보를 하도록 압박할 것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빨리 진행되는 데 절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불필요한 양보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은 합의를 위한 합의를 하기 위해 안달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시 연구원은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잘한 것이라며 미국은 합의를 위한 합의가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에 이익이 되는 비핵화 합의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 교수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시간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오는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어떤 제안을 내놓을 지 두고보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미국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