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은 7일 4차 방북길에 나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과 비핵화 개념부터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케리 전 장관은 5일 미국 워싱턴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간담회에 나서 미북 간 비핵화 관련 개념 정리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케리 전 장관 : 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세부 사항들을 받아오길 바랍니다. 대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미북) 상호 간에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 개념에 대한 파악이 필요합니다. 비핵화 정의는 무엇이고, 미북 양국은 무엇을 성취하려는 것인지 말입니다. (I hope Sec. Pompeo gets the details that we need in order to be in a position to move forward which require some sense of what is the mutually accepted concept of denuclearization. What's the definition here? What are we both trying to achieve.)
케리 전 장관은 이 같은 합의와 더불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종류와 수, 다른 곳에 더 이상 핵무기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만 비핵화 대화의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케리 전 장관은 앞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막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 동결 등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케리 전 장관 : 우리는 단순히 정상회담이 아니라 (비핵화의) 증거와 과정을 고집했습니다. (We insisted on evidence and the process, not just the meeting).
케리 전 장관은 또 앞선 민주당, 공화당 행정부들도 마찬가지로 현실 확인(reality check)을 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상관없이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도 핵무기를 제조하는 등 핵 프로그램 동결을 하지 않았다는 첩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선 전화 기자 설명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비핵화 관련 내용의 진전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테리 선임연구원 :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관련 세부사항 이외에 비핵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 측은 실제 협상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을 때 하려 할 것입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북한의 표현을 사용해 한미 연합훈련을 ‘전쟁게임’으로 묘사하기도 했다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앞서 핵신고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것에 합의할 것 같던 북한이 최근 태도를 바꿔 영변 핵시설 폐기에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까지 요구하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우려했습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이 핵신고를 미루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제안을 내놓은 것은 한국도 북한이 완전한 핵신고를 하거나 완전히 비핵화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한국 측 제안은 미국이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나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원한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테리 선임연구원은 못박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