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역내 협의체 만들어 북 비핵화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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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그리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등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역내 주요국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역내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미국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애틀란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이 6자회담과 같이 북핵 문제에 대한 역내 협의체를 추진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큰 실수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거론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미북, 북중, 북러 정상회담, 일북 정상회담이 모두 각각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데 이것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매닝 연구원은 역내 국가들이 북한 비핵화 및 이에 대한 보상책 등에 대한 정책을 서로 조율하지 않아 생기는 엇박자는 미국의 대북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 : 북한 비핵화는 중국, 러시아, 미국 모두의 공동이익(common interests)인데도 우리는 중국 및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은 매우 수동적인 행보를 보여온 반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비핵화 논의를 주도(dictate)해오면서 외교를 적극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동부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의 이성윤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 이후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행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10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특사를 파견하기 전에 그해 5월 중국을 방문하고 6월 남북 정상회담과 7월 북러 정상회담을 먼저 추진했었던 아버지의 과거 행보(playbook)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북한이 한번에 하나씩 매우 작은 비핵화 제안을 하면서 마치 큰 양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살라미’(salami-slicing technique) 전술을 구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영구폐기에 대한 외부 전문가 참관을 제안한 것은 마치 북한이 양보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러한 북한의 제안은 결코 양보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핵실험을 6차례나 단행한 북한 측에 이러한 시설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는 만큼, 미국은 북한이 양보했다는 착각(illusionary impression)을 경계하면서 북한이 현재 핵협상으로 시간을 벌면서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매닝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한번에 협상카드 하나씩만을 꺼내는 매우 영리한 협상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미국의 구체적인 비전, 즉 청사진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북한의 행보에 대응하는 방어적(defensive)인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대북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외교적 승리로 이용할 수 있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