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새해를 맞아 북한 비핵화의 향방을 가늠하는 한국 전문가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총 3회에 걸쳐 진행될 전문가 인터뷰, 오늘은 세 번째 마지막 시간으로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 편을 전해드립니다.
서재덕 :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강인덕 : 네, 안녕하십니까?
서재덕 :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는데요. 대신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장관님께서 특별히 주목하신 내용은 무엇인가요?
강인덕 : 저는 지난 1945년 10월에 북한에서 당을 창건할 때부터 지금까지 일곱차례 당 대회 전 과정을 다 봤습니다. 또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보고 과정도 다 봤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흰색 셔츠를 입고 나온 것을 보면서 할아버지 김일성을 닮아간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번 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보면서 느낀 것은 구호입니다. 2020년도 구호가 '우리의 전진을 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입니다. '정면돌파전'이란 국가 건설과 경제 건설, 무력 건설 모든 것을 자력갱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단히 어려울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서재덕 : 북한은 지난해부터 계속 '새로운 길'을 강조했습니다.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무엇이라고 분석하시나요?
강인덕 : 저도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구호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정면돌파하자' 이런 방법으로 나가자면 군사력의 경우, 핵이나 혹은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나(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겠죠. 그것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겠죠.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올 엄청난 미국의 보복을 북한은 느껴야 할 겁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총력전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선군사상'을 버린 것 같이 보이는데 선군사상을 그대로 가지고 경제건설로 가자는 것이 새로운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제건설의 총력을 집중한다고 하면서도 실은 선군사상을 가지고 이른바 군사력과 경제건설을 병진하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봅니다. 사실 새로운 길은 없습니다.
서재덕 : 네, 북한이 올해 군사력과 경제건설을 병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신데요. 그러면 북한의 '새로운 길'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시는 건가요?
강인덕 : 북한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왜 그러냐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단순히 군사력의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김정은 정권의 체제 유지에 근본적인 역량이자 힘입니다. 핵·미사일이 없으면 김정은 정권 자체가 무너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남한에 위협을 가한다고 하면 지난해와 같은 단거리 미사일 등의 발사나 휴전선이나 NLL, 즉 북방한계선 근방에서의 도발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재덕 : 네 알겠습니다.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무기'까지 예고했는데요.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강인덕 : 도발 가능성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ICBM 발사를 위성 발사 형식으로 위장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SLBM을 지상에서 발사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닙니다. 또 NLL에서 남한에 대한 공격 등을 가할 수 있겠죠. 북한의 공격 한계는 남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서재덕 : 네,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세계적인 핵군축'도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려는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인덕 : 북한은 틀림없이 미국에 핵군축 협상을 제의할 겁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도 핵을 보유하는데 우리는 왜 핵을 보유할 수 없느냐'라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핵 보유국가의 위치에서 핵 협상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에는 지금 5대 핵보유국가, NPT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고 핵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하는 미국 등 5개 나라가 있습니다. 그 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나라가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입니다. 마치 그런 나라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이것이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도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인정을 못 받는 처지에서 핵군축이 되겠습니까? 협상해봐야 안 되는 것이죠.
서재덕 : 지난 11일에는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제재 완화와 핵을 바꾸지 않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강인덕 : 북한은 그 방법 밖에는 없을 겁니다.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세계 여러 나라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그동안 북한의 6자회담 대표로 나와서 오랫동안 협상을 해봤기 때문에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여론을 잘 알고 있습니다. 뚫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나름대로 자력갱생으로 이 위기를 넘기겠다는 각오를 과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재덕 : 네 알겠습니다.올해는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종료되는 해인데요. 북한은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전'을 언급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 한 해 북한 경제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강인덕 : 올 한 해 북한의 경제는 대단히 어려울 겁니다. 대북 제재의 결과가 지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연료 공급에 대해서는 특히 더합니다. 북한의 연간 정유제품 공급 한도는 50만 배럴, 약 6만 3,000톤입니다. 이미 북한에서는 밀수를 통해서 50만 배럴 이상의 연료를 확보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밀수가 성행하면 성행할수록 국제사회는 이를 제어하기 위한 감시체제를 강화할 것입니다. 올해 들리는 말로는 식량위기까지 오지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입니다. 연료가 없으면 모든 분야에서 경제가 성장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올해 북한의 선행과제로 4가지가 있습니다. 전력과 석탄, 금속, 철도운수입니다. 여기에 농업 생산과 금강산이나 삼지연과 원산갈마 일대의 관광 이런 사업에 중점을 두겠지만 이 모든 것이 자력갱생으로 가야 될 것입니다.
서재덕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노동자 강제송환 기한이 지난해 12월 22일로 만료됐는데요. 앞으로 북한의 외화벌이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올 한 해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강인덕 : 외화벌이 문제는 아마 북한이 편법을 쓸 겁니다. 저는 압록강과 두만강변의 북중 접경지역을 세 번 다녀왔습니다. 압록강과 두만강변에는 한 발자국 뛰면 국경을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은 지역도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길 북한과 중국 사이에 다리나 철도가 연결되어 있어서 이동할 수 있다고 아는데 압록강과 두만강에는 수로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편법으로 유학생이나 관광객의 형식으로 중국에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파견될 겁니다. 2~3년 전에 제가 중국 연변 지역 방문했을 때 느낀 점은 피아노나 영어 개인 교사를 하기 위해 이 지역에 북한의 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와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외화벌이를 할 것이고 두 번째는 밀수입니다. 밀수는 압록강과 두만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해외에 나와있는 북한의 공관들도 밀수에 앞장설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만큼 해당 나라에서도 북한의 밀수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게 될 겁니다. 사이버를 이용한 은행 해킹 등도 계속될 겁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자유세계, 특히 남한에서 경계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서재덕 : 네, 올 한 해 북한의 경제상황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강인덕 : 세계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도 변화하는 세계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외국에 파견됐다가 외화벌이 일꾼들의 전하는 말 또는 여러분이 갖고 있는 손전화, 컴퓨터를 통해서 변화하는 세계를 보실 겁니다. 사회주의로는 아무것도 안 되기 때문에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데 가장 큰 저해요인은 세습체제입니다. 이것을 제거하는 길 이외에는 여러분이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개혁개방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세습체제에 대한 여러분의 저항이 심화되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서재덕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앵커 :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 편을 끝으로 3회에 걸친 RFA 신년 기획 전문가 인터뷰 「북한 비핵화 어디로 가나? 」를 모두 마칩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