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새해를 맞아 북한 비핵화의 향방을 가늠하는 한국 전문가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총 3회에 걸쳐 진행될 전문가 인터뷰, 오늘은 그 두 번째로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편을 전해드립니다.
홍승욱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북한이 새해 들어 담화 등을 통해 한국 측을 계속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 의도와 배경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김형석 : 일단 북한이 보이는 여러 가지 행태가 너무나 아쉽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남북관계와 미북관계가 변하는 가운데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적 발전을 도모했는데요. 그게 2019년 들어서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이고 그럴 때 북한 입장에선 한국이 뭔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을 텐데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이를 구실로 남북관계의 문을 사실상 닫은 상황이고요.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여러 가지 행태를 자꾸 비난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이 좀 마음이 급한 상황 아닌가, 결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그에 따라서 경제발전도 될 수 있는데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안되니까 애꿎은 한국을 비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단 말이죠. 한편으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북한이 미국에 완강한 입장을 표현하는 데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홍승욱 : 북한이 '통미봉남' 기조를 택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형석 : 외형적으로는 그렇게 보이는데요. 그런데 지금 '통미봉남' 보다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서 한국을 활용하는 '통미용남'이 기본적인 입장인 것 같은데, 지금 '용남'을 하는데 있어서 북한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 보인 통미봉남은 전형적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해서 한국이 조바심을 갖게 하고 그런 가운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목적. 그리고 남북관계가 군사적인 어려움에 빠지면 그것을 우려한 미국이 양보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갖는 전술인데요.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그런 과거의 통미봉남보다는 통미를 위한 용남, 한국을 활용하려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현재까지는 한국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는데 대한 서운함을 북한이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홍승욱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생일 친서를 보낸 과정과 관련해, 한국을 배제하려는 듯한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형석 :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직접 대화해서 뭔가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입장을 취한 배경을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봤더니, 한국을 통해서 대화를 시도하니까 뭔가 자신들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미국의 입장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즉, 미북간 협상에 있어서 나름의 왜곡현상이 있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런 과정에서 북한은 한국이 자신들의 입장을 좀 두둔해서 미국이 양보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한미 연합훈련도 하고 한국에 미군 전략자산도 도입하고 하는 걸 보니 ‘이건 북한 보다는 미국 쪽 입장에 보다 더 기울어져 있는 것 아니냐, 그러면 한국은 빼고 미국과 직접 이야기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승욱 :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요구와 관련해서,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김형석 : 그건 아닌 것 같고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작년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을 재가동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한국은 그걸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단 말이죠. 그러니까, 한국이 이에 호응하지 못한 이유가 미국의 대북제재 때문인데 이걸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북간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카드를 많이, 쉽게 내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렇다면 결국 한국은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 보다는 북한 스스로 뭔가 해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남북경협이 완전히 문을 닫았다고 보는 것 보다는, 현 상황에서 한국이 호응하지 못하니까 북한은 마냥 기다리기보다 직접 나서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홍승욱 :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정면 돌파', '자력갱생'을 내세웠습니다. 이를 통해서 북한이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김형석 : 그러니까 북한의 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메시지나 대남관계, 남북관계 관련 내용은 없지 않았습니까? 그건 무슨 의미냐면, 앞으로의 상황, 특히 금년의 상황을 관리해 나가는데 있어서 한국으로부터 기대하는 게 없다는 거죠.
그 기대라는 것이 뭐냐면, 미국의 입장이 기본적으로 완강합니다. 그러니까 당 전원회의 보도문에 보면 미국의 기본적인 그런 태도, 생각이 북한과 다르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보니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와 함께 그걸 정면 돌파하는 구도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불가피하다는 게 북한의 상황 인식이란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은 결국 ‘한국이 미국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 역할을 할까?’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소간의 회의감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당 전원회의에서의 자력갱생 주장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미국을 더 설득해서 움직이게 해달라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홍승욱 : 지난해 단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재래식 전력 도발이 13차례나 있었습니다. 이 같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김형석 : 지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보면 미국이 소위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자위적 차원에서 그런 전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경우에 따라 공개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충분히 향후 여러 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그런 무기의 수준이란 말이죠. 이른바 ‘레드라인’, 금지선을 넘는,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넘는 수준까지 갈 수 있겠느냐는 건데, 미국의 태도가 더 완강해지거나 북한에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아마도 금지선을 넘지 않고 지난해 선보였던 단거리나 중거리 미사일을 쏘며 도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홍승욱 : 북한이 이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한국은 남북 관계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요?
김형석 : 참 어려운 상황인데요. 현재 상황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비핵화에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그에 따라서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이 원하는 걸 조금씩 주는 것이 하나의 해법일 수 있고요.
그 다음에 또 하나는, 북한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이 희망하는 것을 좀 더 과감하게 주는 방법이 될 겁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란 말이죠.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일단은 미국과 북한 모두가 현재 대화의 판을 깨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상황관리를 우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이 직접 소통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양쪽의 입장이 판이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한국이 북한과 소통을 많이 하고 미국과도 대화를 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우선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요.
그 다음 두 번째는, 상황관리만 할 게 아니라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북한이 비핵화를 해서 사회주의 강국,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뜻이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도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북한에 그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이나 제재완화,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씩 서로 협상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싶은 것이죠.
그 다음에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해서 많은 부분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난 다음에 제재 완화를 하겠다는 것, 그게 지난 1990년대부터 해왔던 방식이거든요.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부문에서 정말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는지를 지켜보고 또 그런 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한국이 새로운 접근법을 취해볼 필요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내용으로 미국과 한번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고요. 마냥 미북 간 협상이 잘 되면 좋겠다고 말만 하고 기다리는 것으로는 좀 한계가 있죠.
홍승욱 : 북한이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을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 될까요?
김형석 :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것은요. 이제 제제의 틀에서 벗어나서 한국이 좀 독자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 이미 재작년 9월에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을 할 때, 동해에서는 관광특별지구, 서해에서는 경제특구를 개발하자고 했잖아요.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그리고 철도·도로 연결 등도 합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들은 제제의 틀 속에서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 부분을 한국이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히 해줘야 한다는 게 북한의 요구인 것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건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한국은 좀 힘들더라도 북한을 ‘비핵화를 해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기로 했으면 이렇게 어렵게 가지 말고 좀 더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서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쪽으로 자꾸 설득해야겠죠.
홍승욱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 RFA 신년 기획 전문가 인터뷰 "북한 비핵화 어디로 가나?" 오는 27일에는 마지막으로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 편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