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강압 정책과 시장과 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관여 정책을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재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이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를 통해 25일 발표한 보고서.
이 연구위원은 ‘대북 정책에서 관여와 강압의 이원적 접근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관여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고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지난 30년간 기울여온 노력이 좌절에 직면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기자설명회): 미사일은 코로나 시국이기는 하지만 발사 징후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다 끝냈고 기회만 보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갈등 때문에 북한 핵 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각각 체제 변화와 비핵화 차원에서 제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후진타오 전 주석의 대북정책이 북한 내 장마당 등 사적 경제 활성화, 즉 시장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후진타오 집권 당시 중국의 대북 경제정책을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의 이른바 ‘햇볕정책’과 비교하면서는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된 햇볕정책과는 달리 중국의 경우 시장과 기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북 정책이 기업의 이윤 추구 논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시장 원칙을 지키기 위해 투자를 안내하는 역할에 머물렀고, 이에 따라 정치적인 관계 변화와는 별개로 중국이 대북 교역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대북 교역 규모가 비슷했지만, 중국의 대북 정책이 전환된 2005년 이후로 중국 기업의 대북 신규 투자 규모가 급증했고 이는 북한의 장마당 등 경제 체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압박을 앞세운 대북 정책을 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이전 오바마 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와 대비되는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집권 초기 군사적인 강압전략을 폈고 그 결과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입니다.
미국의 군사적인 압박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태도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결국 북한 비핵화를 지향점으로 한 미국 주도의 대북 강압 정책이 실시되더라도 한국 정부는 시장과 기업을 중심으로 대북 관여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 대신 군사적인 강압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남북 간 군사 충돌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도 관여 정책을 분리해낼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국내법적 차원에서 우선 취해야 할 목표는 대북 경제활동에서 규제 장벽을 선제적으로 철폐하는 것이며, 이는 과거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롯한 중앙정부 중심 접근법과는 다른 시장·기업을 중심으로 한 접근방식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