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위해 병력을 파견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통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어낼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국 국정원의 발표가 사실일 경우 러시아 내 인력과 병력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파견된 북한 군은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최근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한 것과 관련 북한은 이를 한국 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러시아가 이에 동조하기도 했다며 북한이 이번 파병을 빌미로 러시아에 방공망 체계 구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 북한이 이번 파병을 빌미로 방공망 체계 구축을 러시아에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또는 제3국이 북한을 공격 또는 전쟁 시에 북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섭니다.
이에 더해 북한이 다음 달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관련 기술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가장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단순히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파병을 결정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해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손을 잡아야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결단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 남한 겁주기보다 더 큰 어떤 것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설마 이런 것들을 북한한테 넘겨줄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넘어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봅니다.
이상준 국민대학교 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도 러시아가 현재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제공 가능성에 대해선 러시아는 첨단 무기를 어느 우방에게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가능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현대전에서 무인기(드론)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군이 관련 기술을 익힐 가능성은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상준 국민대학교 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도 첨단 무기는 서로 안 주려고 하고 있고 첨단 기술 제공은 (러시아가) 끝까지 미룰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대신 첨단 무기지만 범용성을 갖는 드론(무인기) 관련 기술은 공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이 사실이라면 북한과 러시아가 이른바 혈맹이 된다는 것이라며 북러 간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북한 군사력의 급격한 강화는 러시아도 원치 않는 바라고 말하며 러시아가 북한에 정찰위성 관련 기술과 같은 방어적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정찰위성은 직접적 무기라기보다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이 있고 또 방어적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격 타격성이 큰 기술보다는 방어적 효과 또는 간접적 방어 효과에 도움이 되는 기술부터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에 더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러시아 극동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완충지대로 인식을 지속한다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전향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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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보냈다는 보도에 대해 서로 상충하는 정보들이 많다며 사실 확인을 피했습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엑스’를 통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고 밝히며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함께 싸우기 위해 파병하는 것은 중대한 긴장고조를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장비뿐만 아니라 전장에 배치될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는 위성·영상 증거가 충분하다며 동반자 국가들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사실상 참전했다고 규정하며 이를 통해 북한이 현대전에 숙련이 될 경우 불안정과 위협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