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19로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고, 북한 내 이동이 크게 제한되면서 북한 주재 외교관들과 지원단체 직원들이 잇따라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고, 외교적 관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베르타 코헨(Roberta Cohen) 전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외교관과 지원단체 직원들의 부재가 길어짐에 따라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고립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해온 평양 주재 스웨덴(스웨리예) 대사관의 직원 부재는 향후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코헨 전 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 스웨덴 대사관이 북한 현지에서 하는 특별한 역할은 자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사안까지 처리하는 것입니다. (대사관 임시 폐쇄로) 향후 북한과 어떤 일이든 진행하기 어렵게 됐고, 외부 민주주의 국가로부터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것입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원단체 직원 철수로 인한 인도주의 지원 중단은 내년 식량 및 보건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킬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직원 전원이 철수했습니다.
이에 앞서 영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 직원들도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북한과 외부 세계 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해왔던 주요 유럽국가들의 북한 내 외교적 소통 창구가 완전히 차단됐습니다.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일찌감치 잠정 폐쇄에 들어간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의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대사는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 "북한에서 다시 영국 대사관의 깃발이 날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영국 대사관의 장기간 폐쇄를 시사했습니다.
주요 외교관 뿐 아니라 북한 내 상주 직원을 두고 각종 인도주의 지원 사업을 벌여온 유엔 기구들과 국제 민간 지원단체 직원들도 차례로 북한을 떠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달 자유아시아방송(RFA) 취재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로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유니세프의 경우 단 3명의 직원만이 평양에 남아있고, 유니세프 평양사무소장이 7월부터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인구기금(UNFPA) 평양사무소장 대행직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평양에 사무소를 둔 프랑스 비정구기구(NGO)인 '트라이앵글 제너레이션 휴메니테어(Triangle Génération Humanitaire)'와 '프리미어 어전스 인터내셔널(Première Urgence Internationale)', 독일의 '독일 세계기아구조(Deutsche Welthungerhilfe)' 직원들 역시 최근 하나 둘 평양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현재 직원 운영 상황과 사무소 재개 시점 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문에 21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대니얼 워츠(Daniel Wartz) 전미북한위원회(NCNK) 국장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외교관들과 지원단체 직원들의 부재는 북한 내부 실상에 대한 정보를 얻기 훨씬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츠 국장: 외교관들이 철수하면서 북한과 외부 세계 간 소통 창구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현지에서 북한을 관찰하고 평가할 눈과 귀가 사라진 것입니다.
워츠 국장은 여전히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하는 북한이 쉽게 국경을 재개방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말까지는 외교관들과 지원단체 직원들의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유엔이 지정한 코로나19 우선 대응국가의 하나로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한 때 최근 큰 홍수 피해까지 겹친 상황에서 지원단체들의 사업 중단과 직원 철수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훨씬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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