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 국제 인권단체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북한군 내부 문서라며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서에는 김정은 정신을 강조하고, 전장에서 사상자를 은폐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의 북한 전문 홈페이지 NK인사이더(NK Insider)에 13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북한 군 내부 문서라며 한 문서가 공개됐습니다.
이성민 휴먼라이츠재단 한국 담당 국장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 자료는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전투 중 사망한 북한군의 소지품에서 확보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성민 국장]저희 재단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특수군의 (번역 관련) 작업을 도왔고, 이를 계기로 해당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문서는 전장에서 군인들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북한군의 내부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먼저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개인 물품에는 두 장의 가족 사진이 발견됐는데 사진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 2024.8.15”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파병되기 전 가족들과 함께 찍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해당 사진과 자료들의 진위를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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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인사이더에 따르면 북한 파병군은 쿠르스크 게보, 플레호보 지역에 투입돼 전투를 치뤘다. /자유아시아방송 그래픽
“김정은 정신으로 첨단장비 갖춘 적 맞설 수 있어“
이번에 공개된 북한군 ‘94여단 전투 경험과 교훈’이란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북한 병사들은 전선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상교육과 세뇌를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전투원들은 사상과 신념의 강자, 높은 전투정신으로 준비시킨다면 현대적인 무장장비를 갖춘 적들도 정치사상적 우세, 전법적 우세로 능히 타승할 수 있는 것이다”
이틀 간의 작전 동안 중대장 및 분대장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는 피해를 봤다면서도 희생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전투명령을 목숨바쳐 관철해야 한다는 높은 정신력과 전투정신, 자기 휘생정신을 발휘하면서 병호(호랑이)와 같이 전장을 달려 최신무기로 장비한 적들을 전을 케(후퇴시키)하고, 쁠레호보(플레호보)지역을 해방하였다”
그러면서 사상자나 부상자 발생시 신속하게 지휘체계를 다른 장교 및 부사관에게 전가시켜 전투가 중단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드론 공포증 , 러시아와 소통 문제도
같은 문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에서도, 드론 공격과 포격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규모 부대 단위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써있습니다.
“일부 전투원들은 적의 사제포격, 무인기(드론) 타격을 고려함이 없이 접근하다가 적의 총탄에 맞아 함께 부상을 입거나 희생되는 현상들이 10여건이나 나타났습니다”
“실시간에 의한 정찰 및 무인기 타격행동이 진행되는 현대전에서 전투조(2~3명) 단위로 분산행동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적의 무인기, 포병타격에 의하여 동시에 많은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전장에서 러시아군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전 중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로씨아측과의 협동으로 부상자 전상자들을 출반진제실까지 후송하였으나 수시로 변하는 전투현장에서 후송지점들이 바뀌고 로씨아측에서 후송조직을 맡았지만 10여시간만에야 후송차가 도착하고 또 제때에 상병자들을 후송하지 못하여 후송도중 전투원들이 희생되는 결함과 병원까지의 후송절차와 질서에 대하여 잘 못하는 부분들이 제기되었다.”

이 국장은 북한군이 전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지만, 결국 정권의 요구로 인해 북한 청년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성민 국장] 서류에 나온 것을 보면 북한 군인들이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대부분이) 그냥 나가서 그 미션을 그냥 수행하라는 거예요. 부상자가 사상자가 나든 어쨌든 간에. 이런 행동 강령이 있으니까 애들(북한 군인들)이 이렇게 하겠지라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 (당국이) 희생을 강요하는 거죠.
한편, 이날 함께 공개된 ‘진행할 사업순차’ 문서에는 “전투 중 부상자는 자체적으로 처리하며, 가능한 한 방조하지 않고 은폐시키”라는 지침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군의 사상자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소각하고 있다며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