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산 송도원’ 무료 관광 수필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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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친정부 청소년단체 '첫 번째 운동'이 북한 원산의 송도원으로 떠나는 러시아 청소년 여름캠프 참가자 막바지 모집에 한창입니다. 러시아 오룔시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참가자 모집에 나섰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송도원에 가장 먼저 가기”

러시아 오룔시에서 14세에서 17세까지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 무료 캠프를 걸고 지난 8일 자체 홈페이지에 공지한 수필 경연대회 이름입니다.

오룔시에 따르면 해당 공모는 전국적으로 진행되며 러시아의 친정부 청소년단체 ‘첫 번째 운동’이 계획했습니다.

오는 22일, 러시아 청소년들이 여름캠프 참가를 위해 북한 강원도 원산의 송도원으로 출발하는데 2주 전 모집 공모를 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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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참가 비용은 미화 370달러에 러시아돈 약 3만5천 루블로, 대략 770 달러인데 이 수필 공모전의 수상자들은 무료로 북한을 방문하게 됩니다.

수필 주제는 ‘새로운 다극화 세계에서 러시아의 역할’, ‘북한을 방문하고 싶은 이유’, ‘북한 사람들에게 러시아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이 3개의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작성하고, 왜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소개 영상을 녹화해 제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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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원에 가장 먼저 가기” 공모전 참가자들의 자기소개 영상 /Vkontakte(러시아 SNS) 캡쳐

예카테린부르크에 거주하는 16세 공모전 참가자 앨리스 씨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행을 좋아하고 세상에 대해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서 이 공모전에 참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앨리스씨 역시 수필을 작성하고 57초 분량의 영상도 제출했습니다.

[공모 제출 영상]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어요. 결국 위대한 국가는 번영하는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 단결할 때 어떤 위협과 도전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RFA와의 인터뷰 중 탈락 결과를 확인한 앨리스 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수상하지 못해 북한 송도원에 먼저 갈 수 없게 됐지만 러시아와 북한의 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더 좋은 기회를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자신을 에브게니라고 소개한 15살 참가자는 “나는 북한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고,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에서든 적응을 잘 한다”며 자기소개 영상을 통해 북한에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영상 속 또 다른 참가자는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 주도에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방문을 기념해 세운 조형물 옆에서 자기소개 영상을 촬영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한편 일부 러시아인들은 북한 관광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북한으로 휴가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러시아 언론 노비 이즈베스티아(Novye Izvestia)는 밝혔습니다.

노비 이즈베스티아(Novye Izvestia)는 10년 전 송도원을 방문한 블라디보스토크 출신의 러시아 학생 플로로프씨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옷을 어떻게 입는지 엄격하게 감시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사형이 일상화되고, 이념적 금지 사항을 위반한 경우 어린이를 포함해 잔인한 처벌이 흔하다고 알려진 북한에 어린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우려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보스토크 인투르 등 러시아 여행사와 정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캠프를 홍보하면서 참가자들을 모집해왔는데 예상보다 참가자 모집에 난항을 겪자 ‘경연대회 수상자 무료 관광’이라는 파격적인 방법을 취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