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혹한에 노농적위대 군사훈련... 여성대원들 동상 걸려

사진은 북한 여성 노농적위대원이 총기를 점검하고있는 모습.
사진은 북한 여성 노농적위대원이 총기를 점검하고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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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해마다 실시하는 노농적위대 군사훈련을 군대의 동계훈련 기간에 맞춰 지난 1월 초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당위원회 민방위부 주관으로 혹한기 훈련을 실시하는 바람에 노농적위대에 편성된 주민들이 큰 고생을 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군급 기관 행정 간부 소식통은 17일 “지난 1월 초부터 추운 날씨에 전국각지에서 노농적위대 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훈련은 최고사령관 명령에 따라 각 지역 당위원회 민방위부 주관으로 지역 사정에 따라 날짜를 정해 15일 동안 실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 12월에 이미 각 기관, 기업소 당 및 행정 책임자들에게 최고사령관 훈련 명령에 따라 진행될 노농적위대 군사훈련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가시킬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되었다”며 “1959년에 조직된 노농적위대는 평시에는 일하다가 전시에는 후방지역방어와 군대 인원 보충 및 군수품 수송 보장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민간군사조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노농적위대에는 17∼30살의 미혼 여성과 교도대에 속하지 않은 17∼60살의 남성 근로자들이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된다”며 “군대처럼 시·군에 연대, 리와 동에 대대, 각 공장 기업소에 중대 또는 소대, 이런 식으로 행정 단위에 맞춰 편성되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군에서는 노농적위대 훈련을 새벽 5시 예고 없는 비상소집으로 시작했다”며 “소집 장소에서 시∙군 당위원회 민방위부 간부들과 기관, 기업소 당 및 행정책임자들이 함께 대원들의 전투임무인식 상태와 목총, 수기, 복장 착용 상태에 대한 검열을 진행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비상용품 검열이 깐깐하게 진행되었다”며 “개인용 비상용품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 군의 경우 식량 2kg, 군용밥통(혹은 냄비), 물통, 소금 200g, 성냥, 바늘, 실, 단추, 비누, 양초, 마른 싸리나무(취사용 연료) 등이 포함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비상소집과 검열이 끝난 후 바로 각 시·군에 있는 민방위부 관할의 노농적위대 훈련소로 이동해 15일간에 달하는 실전을 가상한 강도 높은 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면서 “훈련기간중 매일 오전 첫 시간에 1시간 30분 동안 수령일가의 위대성 해설 및 충성을 강요하는 사상교육을 받은 다음 하루 6시간 사격, 전술, 병기, 행군, 대렬(제식), 반화학(화생방), 수기 등 다양한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훈련기간 식량은 국가에서 강냉이(옥수수)로 공급을 했지만 하루 공급량이 1인당 500g정도 밖에 되지 않아 각 대원들이 집에서 식량, 조미료, 부식물, 김치 등을 추가로 가지고 가야 했다”며 “이전에는 돈이나 후방물자를 대신 내고 훈련에 빠지는 대원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런 것이 허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보천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7일 “이번 노농적위대 훈련은 김정일 생일 80돌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통제속에 진행되었다”며 “내가 속한 대대는 도당위원회 민방위부가 실시한 훈련 판정대상 부대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모든 훈련이 다 힘들었지만 제일 싫었던 훈련은 꽁꽁 얼어붙은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포복 전진과 몇 시간씩 배를 땅에 붙이고 엎드려 있어야 하는 사격 훈련이었다”며 “군사복무를 10년씩 한 대원들도 올해 훈련을 군대에서 하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강도높은 훈련이었다고 평가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기온이 영하 15∼20도에 달하는 강추위속에서 하루 종일 야외에서 군사훈련이 진행되다 보니 내가 속한 소대에서만 귀와 손가락에 동상을 입은 여성 대원이 6명이나 발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도내 몇몇 군은 도당 민방위부가 진행하는 훈련 판정검열을 받았다”며 “내가 속한 중대는 낮에 일인당 3발씩 쏘는 100m 실탄사격 판정을 받고 그날 밤 15kg의 모래주머니를 넣은 배낭을 메고 걷는 12km 야간행군 판정을 받은 후 훈련을 끝마쳤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일년 중 제일 추운 시기에 진행하는 이번 군사훈련에 공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노동당이 군사훈련을 중시하고, 군사훈련에 특별한 이유 없이 빠지면 큰일나니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참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는 평시에 군부대에 소속돼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하다가 전시가 되면 군대에 바로 배속되는 제대군인들로 이뤄진 교도대, 고등학교 학생들이 소속되는 붉은청년근위대,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노농적위대 등 여러 형태의 준군사조직이 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