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예비선거에 사상 첫 복수 후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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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주민들에게 최근 일부'자유선거'가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지방 인민위원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복수의 후보자 중 하나를 고르는 선거 방식으로 대의원 후보를 뽑는 예비투표가 진행됐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선거는 주민들이 당에서 선출한 한 명의 대의원 후보에게 무조건 투표할 것을 강요받는 방식으로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이번엔 2명의 후보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오늘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유권자회의와 예비투표가 진행되었다”면서 “동마다 지정된 선거분구에서 해당 유권자들은 도당위원회가 내정한 대의원후보자 2명의 신원과 경력을 듣고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예비선거라는 것도 처음이지만 복수의 후보를 선정해서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투표하게 한 것도 사상 처음있는 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오늘 혜산시의 모든 선거분구마다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도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유권자 회의가 있었다”면서 “선거관리 위원장을 맡은 동사무장이 변경된 선거방식을 전달하고 즉석에서 후보자 예비투표 선거를 진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대의원 선거는 그동안 주민들이 후보자를 마음대로 선출할 수도 없는 강제투표의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도당이 내정한 복수의 후보자의 신원이나 경력을 듣고 그 중에 1명을 투표하기는 처음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또 소식통은 “각 동에서 3~4개의 인민반을 1개 선거분구로 하고 그 지역의 유권자는 200여명 정도로 정해졌다”면서 “이번에 진행한 우리 동의 대의원 후보자는 2명 모두 여성으로 도당위원회가 도 인민회의에 추천한 여성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소식통은 “선거위원회에서 밝힌 후보자 중 한 명은 79년생 량강도 량정사업소 지배인 최혜영과 73년생 압록각(식당)의 경리(재정 관리) 김인희로 알려졌다”면서 “당일 예비투표를 통해 량정사업소 지배인 최혜영이 대의원 후보에 당선되었음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식량부분에서 일한 량정사업소 지배인이 앞으로 도내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인물이라며 7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다”면서 “반면 압록각(식당)의 경리(재정관리)는 28%의 지지에 그쳐 대의원 후보에서 제외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예비선거에서 당선된 대의원들은 11월 26일 각급(지방) 인민회의 본선거에 나가게 되는데 선거구마다에 1인 대의원 후보자로 나가 그대로 찬성투표하게 하는 예전의 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같은 날 “오늘 도내의 모든 선거구마다 도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투표가 있었다”면서 “유권자들은 난생 처음으로 당에서 복수로 선정한 대의원 후보자 중 한 명을 직접 선발하는 예비투표에 참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동마다 도당에서 선정한 대의원 후보자 2명씩 내고 그들의 출생과 신원, 경력을 소개한 후 주민들에게 (2명 후보 중 하나를 자유롭게 고르는) 비밀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에서는 처음으로 도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를 고르는 투표방식에 대해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예비선거에서 투표의 비밀이 보장되는 것을 새로 경험한 주민들 속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진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2015년 경 한국에 온 북한 고위 관리 출신의 탈북민(북한 내 가족의 신변 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무엇인가 변화를 보여주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고위 탈북민 발언 : (선거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낸 것은) 김정은이 국가 정책에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겠지요. 강압적으로 규제하고 통제하고 여러 가지 법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쪼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나는 이렇게 주민들에게 자율성도 주고 사회발전과 국가관리에서 민주주의적인 변화도 가져온다'는 시그널(신호)을 주자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본질은 달라질 수도 없고,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일부 선거방식과 인민민주주의 주권기관에서의 사업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북한 정권의 속성은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고위 탈북민 발언 :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 방법을 도입했다는 것은 작은 변화이긴 하지만 크게 북한 사회나 내부가 달라질 변화까지는 아니고요. 약간 민주주의적인 흉내를 냈겠지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편, 2020년 1월 3일에 수정 보충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200호 제4조에 따르면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직접선거 원칙으로 한다. 선거할 권리를 가진 공민은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을 직접 투표하여 선거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