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북한 내 외국대사관 10여 곳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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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코로나비루스)로 인한 국경 봉쇄 장기화로 북한 내 외국 공관들이 하나 둘씩 잠정 폐쇄되면서 현재 10여개 국 대사관만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대거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외무부는 현재 평양에 남아있는 대사관 직원 현황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문의에 13일 구체적인 직원 수를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측은 다만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그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대사관 외교관의 재파견 시점과 관련해서는 "이 문제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개인의 북한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북한 당국에 문의해야 한다"며 북한의 국경개방 결정에 달려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달 5일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 머물던 자국민 여러 명이 지난 2일 기차로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러시아 대사관은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북한 당국의 엄격한 국경 폐쇄로 2년 가까이 인력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관련 보도를 한 일본 교도통신은 약 90명의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이 기차를 통해 북러 접경 지역의 하산역으로 향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13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 기차에 지난해 12월 공식 임기를 마친 북한 주재 아툴 말하리 고츠르베 인도 대사도 동승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인도 대사관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남아있는 구체적인 직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인도 현지 매체인 '더 와이어(The wire)'와 러시아 국영매체 '스푸트니크'의 인도 특파원은 13일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대사가 떠난 후 현재 주북 인도 대사관이 잠정 폐쇄됐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월 한 러시아 외교관 가족이 철도궤도용 밀차를 끌며 북한을 떠나는 사진을 게재했던 러시아 외무부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북한 내 기본적인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하기 어렵다며 귀국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그나마 남아있던 외교관들이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써 각 정부의 공식 입장과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파악한 현재 북한에서 운영 중인 외국 대사관은 중국, 러시아, 루마니아, 캄보디아(캄보쟈), 쿠바, 시리아, 인도네시아, 이란, 라오스, 몽고, 베트남(윁남) 등 평소의 절반 수준입니다.

루마니아 외무부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역시 구체적인 인원은 공개하지 않은 채 "평양 주재 루마니아 대사관은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해외 출입국은 물론 북한 내 이동이 크게 제한되면서 지난해 5월부터 해외 대사관들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주북 대사관을 잠정 폐쇄한 곳은 영국, 베네수엘라,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폴란드(뽈스카), 체코, 스웨덴(스웨리예), 스위스, 프랑스 등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월 말부터 철저한 북중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외국은 물론 북한 외교관들의 입출국까지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부로 임기를 마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아직 북한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