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페인에 ‘북대사관 습격’ 일부 용의자 정보제공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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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페인 당국이 자국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한국인 용의자에게는 송환을 공식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일부 용의자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가운데, 해당 사건에 가담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의 송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일 크리스토퍼 안 변호인 측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한국인 6명 중 2명의 신상 정보를 스페인 당국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스페인 정부는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토퍼 안 등과 달리 사건에 가담한 한국인 용의자에 대한 송환은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15일 스페인은 한국 정부에 송환 요청 대신 사건에 가담한 한국 국적자 6명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약 2년 후인 2021년 2월 25일, 한국 정부는 6명 중 4명의 여권 번호와 출입국 기록, 범죄 전력 등을 제공했지만 스페인 사법당국의 증거 불충분(insufficient substantiation)을 이유로 나머지 2명에 대한 정보는 제외시켰습니다.

안 씨 변호인 측은 스페인 당국이 한국에는 송환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한국 당국이 송환 요청을 거부할 것을 스페인 당국이 미리 알고 있어 공식 요청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혹은 스페인 당국은 타국이 아닌 오직 미국인들로부터 자국 내 대사관을 보호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변호인 측은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안 씨에 대한 송환 심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스페인 당국은 사건 이후 2년 넘게 한국에 (한국인 가담자들의) 공식 송환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를 통해 "스페인이 증거 불충분으로 송환 요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향후에도 요청하지 않을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 당국은 한국 당국이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 내린 동일한 증거로 크리스토퍼 안의 송환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와 달리 스페인 당국이 송환 요청을 보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는 한국의 중앙일보 등 일각의 보도에 대해 안 씨의 변호를 맡은 임나은 변호사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You would have to direct that question to the South Korean government.)

이런 가운데, 안 씨의 송환을 주장하는 미국 검찰 측은 스페인 검찰이 지난 2019년 제공한 비공개 증거 중 일부를 지난 11일 새롭게 공개했습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스페인 검찰은 해당 사건에 가담한 반북한단체 '자유조선'이 칼, 쇠막대기, 모조 권총 등을 이용해 북한 대사관 직원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들을 케이블 끈으로 묶거나 바닥에 눕혀 제압하고 총을 겨누기도 했다는 것이 증인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지난달 심리 이후 사건 당시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진술이 북한 외교관의 통역으로 이루어진 강압의 산물로 적법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렸던 북한대사관 소속 여성은 다른 북한 외교관이 없는 상황에서 구글 번역기, 즉 인터넷을 통한 번역기를 이용해 스페인 현지 경찰에 신고해 해당 내용은 법원의 고려 대상이 됐습니다.

스페인 검찰 측은 이외에도 당시 자유조선이 구매한 무기 영수증도 공개했습니다. 영수증에 따르면 자유조선은 쇠지렛대 최소 2개, 전투용 칼 4개, 모조 총 6자루, 가위 등을 구입했습니다.

안 씨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미국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북한은 감시가 심해 당국이 보안 카메라로 현장을 지켜볼 것을 우려해 해당 무기를 반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씨가 아닌 이외 자유조선 회원들이 무기를 소지하거나 대사관 직원들을 결박하기도 했지만 납치를 위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또 안 씨는 당시 오른손에 골절상을 입어 이들을 결박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한편, 안 씨는 현재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으며 스페인 대사관 습격 사건은 북한 외교관의 요청에 따라 이들의 망명을 돕기 위한 위장 납치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