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와 맞바꿀 수 있는 흥정물이 아니라며 미국 측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본질을 왜곡하는 북한의 협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 2차 정상회담을 매우 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협상을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 :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다든지 미북 대화를 엇나가게 하려는 것은 아닐 겁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바가 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것은 북한의 전략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측에 뭔가를 제시하면, 그 정도면 됐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If Pompeo comes with something, they can say "well, that's good enough.")
북한은 2일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라는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종전선언에 대한 대가로 핵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한 궤변들을 내놓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같은 북한 언론의 논평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 앞서 비싼 값을 치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시도라며, 미국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 : 미국은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등 미북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시사하는 다른 신뢰구축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미국 서부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최근 수 개월 간 평화를 원한다면서도 핵 무기 개발을 계속해 왔다며 북한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은 ‘종전선언’ 없이도 끝났다며, 남북한 간에 내일이라도 ‘전쟁의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빗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논평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보좌관들이나 전문가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주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발언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미국 국내 정치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은 북한의 강력한 비핵화 조치를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외교정책 담당자들과 트럼프 대통령을 분리시켜 공격하려는 북한의 전략이라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부정적인 주변인들에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라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