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정부는 한국전 종전선언을 북한과 핵포기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 카드, 즉 방안 중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수반되지 않는 종전선언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8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 화상연설에서 한국전 종전선언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미국은 북한 주민들이 더 밝은 미래를 갖을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있는 협상을 하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그 (종전선언) 제안은 협상 테이블에 있고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것이라는 겁니다. (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engaging the DPRK in meaningful negotiations so that North Koreans can realize a brighter future. That offer remains on the table. We are willing to take a flexible approach to reach a balanced agreement on all of the Singapore summit commitments.)
이에 대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핵 협정의 일부로 종전선언을 할 의사를 밝혔는데 이것이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이 있다면 가령, 북한이 핵시설과 능력을 완전히 신고하면 그 대가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북제재 완화, 평양에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이 종전선언을 하나의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수반되는 핵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종전선언이라는 카드를 사용할 의사가 있지만 그렇지 않고는 종전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무부의 이 논평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종전선언을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정중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무부의 논평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미국과 북한 사이의 모든 문제를 논의할 메커니즘, 즉 기제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하지만 종전선언을 하려면 평화를 위한 조건이 먼저 조성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시험하고 있고 이를 막으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을 위반하며 한국 및 주변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의 한 정부 관리가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한국의 종전선언 주장은 한국, 미국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클링너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종전선언 주장 발언 중에 비핵화 언급이 없었던 것을 지적하며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 뿐 아니라 재래식 병력위협 감소에 대한 진전이 없으면 종전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역시 종전선언은 말에 불과하다며 중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이 시기에 하기 적합한 것이라면서 향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과정의 준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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