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대 지우기’에 전 북 고위관리 “뿌리 없애면 권력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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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태양절 명칭을 없애고 최근 생모 고용희의 영상이 담긴 기록영화도 삭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대의 발자취를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정치 방식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올해 들어 ‘선대 지우기’에 열을 올렸던 북한 당국.

북한의 초대지도자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태양절’로 부르지 못하게 하고,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를 개사해 김정은 찬양곡으로 덮어쓰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지난 달에는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의 영상이 담긴 기록영화를 회수하고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배경을 하나씩 지워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리정호 씨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은 어린시절부터 할아버지인 김일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악감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정호 씨 : 어머니는 재일교포고 또 장남도 아니고 그러면 김정은은 근본이 없는 후계자잖아요. 김정은이 김일성을 한 번도 만날 수도 없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김정은이 지금 김일성에 대한 악감정이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그걸(태양절 명칭 등) 없앨 수 있단 말이에요. 김일성을 지우고 자기만의 정치 방식을 가져가려는 무모함이 보입니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의 생일 때마다 특별히 진행돼 온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에는 2년 연속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자 교육을 담당했던 현철해의 묘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했는데, 김씨 일가의 전통보다 김 위원장 자신이 세운 기준이 우선시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생모 고용희의 영상이 담긴 영화를 삭제하려는 의도에 대해 리정호 씨는, 재일교포라는 고용희의 배경이 독재 체제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김 위원장의 치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정호 씨 :김정은이 자기 모친이 재일교포면 지도자 자리에도 오를 수 없잖아요. 김정은의 모친이 누구인지 공개를 못 한단 말이에요. (이것이)세습 독재 체제에서 현재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콤플렉스라고 생각돼요.

리 씨는 또 “김정은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뿌리가 사라지면 권력도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그의 외할아버지가 일본을 지원했다는 문제는 잠재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큰 흠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는 그것과 관련된 역사를 없애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김 위원장은 자신의 통치에 잠재적으로 도전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인 고경택은 일본의 군수공장에서 일하며 일본군에 협력한 바 있는데, 김일성의 교시에 따르면 친일행적을 한 가문은 3대째 매국노 가문으로 제거대상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는 생모와 외가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베넷 연구원은 그러면서 “그의 권력 유지 여부는 무엇보다도 그의 정책과 북한의 경제 개선, 주민 생활 개선,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용납 할 수 없는 조건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