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정원 “북 리용호, 숙청 확인...처형 여부는 확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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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숙청된 것을 확인했지만 처형됐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4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여름과 가을 사이 처형됐으며 북한 외무성 관계자 4~5명도 연이어 처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5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숙청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국정원은 리 전 외무상의 숙청 여부는 확인되지만 처형 여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리 전 외무상의 숙청 배경과 원인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유 의원은 또 리 전 외무상과 함께 숙청된 관련자들이 몇 명인지, 주영국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맞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은 2003년 영국 주재 북한 대사에 올랐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외무상을 지냈습니다.

리 전 외무상은 북핵 6자 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를 역임했으며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을 옆에서 보좌하다가 담판이 결렬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북측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2020년 리 전 외무상이 퇴임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리 전 외무상과 영국 런던에서 함께 근무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실이라면 북한 외교관들에게 큰 심리적인 동요를 일으킬 것”이며 북한 엘리트층은 더 이상 김정은과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또 리 전 외무상이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협상파, 실력파로 평가 받았다”며 “리 전 외무상과 동료들이 처형되었다면 김정은 정권 내에서 협상파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우리도 그에 맞는 대북 전략을 면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최근 북한의 군 서열 1위가 박정천에서 리영길로 바뀌고 군 지휘부 인사가 대폭 이루어진 것은 문책성 인사이며 군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비서를 소환하고 그 자리에 리영길 국방상을 보선한 바 있습니다.

국정원은 또 최근 김정은이 군사 행보에서 김주애와 동행하는 것과 관련해 김정은의 세습 의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면서도 김주애 동행이 곧 김정은의 후계자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주애 후계자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발사 현장 보도와 같은달 26일 화성 17형 시험발사를 축하하는 행사 보도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지난 1일에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둘러보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영변 핵시설의 3번 갱도가 보수 완료됐고 4번 갱도는 진입 도로도 완성돼 언제든지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핵실험을 할 것인지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의 열병식 개최 시기는 2월 8일쯤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국 영공을 침입한 북한 무인기에 대해서도 보고했는데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인기 관련 항적 조사결과 비행금지구역 북쪽을 지나간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여당 간사인 유 의원은 “국정원은 북한이 현재 1~6m급 소형기 위주로 20여종 500여대 무인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자폭형 등 공격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의원은 또 “국정원은 북한이 원거리 정찰용, 중대형 무인기를 개발하는 동향이 포착됐으나 초기 단계라고 파악하고 있고 고성능 탐지 센서 등 기술 확보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정원은 이 자리에서 자폭 공격형 무인기의 위력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