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잇따른 공개총살에 주민 여론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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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8월과 9월, 연달아 혜산시에서 열린 공개총살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지난 19일 다시 공개 총살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오히려 공개 총살된 청년의 사정에 동정표를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공개 총살은 당국이 수많은 대중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주어 사회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에서 집행하는 사형제도입니다. 처형 과정을 통해 대중을 각성시키고 건전한 사회질서를 세운다는 목적이지만 공개 처형을 지켜본 주민들은 당국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9일 “오늘 오후에 혜산시 비행장 등판에서 또 공개폭로모임과 공개 총살이 진행되었다”면서 “23살의 청년 1명이 총살당하고 12명은 10년 이상의 교화형으로 판결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총살된 청년의 죄목은 살인, 교화형을 받은 나머지 12명은 강도, 사기, 협잡 또 탈북, 마약밀매 등의 혐의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장소에서는 지난 8월 30일, 소고기 불법 유통 업자 9명이, 9월 말에는 의약품 관리자가 총살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소식통은 “공개 총살 당일인 19일 오전, 각 동마다 주민들에게 오후 2시까지 혜산 비행장 등판으로 모이라는 도 안전국의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주민들은 영하 15도의 날씨 속에 눈이 하얗게 덮인 허허벌판에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2시간 동안 서있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당국은 군중 앞에 범인들을 세워 죄목을 밝힌 다음, 판결문을 읽으며 판결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교화형을 받은 사람들은 데리고 나가고 총살형을 받은 사람은 현장에서 바로 형을 집행했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총살된 청년이 지난달 말 양강도 혜산시 연풍동의 밤길에 콩 10 kg을 들고 가던 여성에게 콩을 빼앗으려다 살인을 저질렀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살인범이 잡히지 않았는데 다른 곳에서 또 훔치다가 잡혀 조사받는 과정에 밝혀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장에서 주민들은 오히려 먹을 것 때문에 살인까지 하는 우리(북한) 사회를 비판했다”며 "주민들 속에서는살인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대부분의 범죄가 먹을 것이 없어 벌어진다는 점에서 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최근 북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강력범죄는 거의 식량난과 연관된 것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도 20일, 혜산시 공개폭로모임과 공개총살에 대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소식통은 “도 안전국이 주최한 이번 공개폭로모임에는 혜산시의 각 공장 기업소 종업원들과 농장원, 인민반 주민들이 대거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총살형은 받은 청년이 23살이었다며 공개폭로모임 현장에서는 오히려 그를 동정하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콩 10kg을 넣은 배낭을 지고 가던 여성에게 달려들어 빼앗으려다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최근 발생하는 범죄는 대부분 생존을 위한 것들로 생활이 유족하면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을 사건들”이라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주민들에게 먹고 살 조건을 마련해 주지는 않고 총살형이라는 엄단 조치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지탄했습니다.

살인 사건의 단초가 된 콩 10kg의 가격은 최근 시세로 북한 돈 5만 원(5.9달러), 쌀로는 8킬로에 해당합니다. 북한에서 4인 가족이 8일에서 보름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