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상대 승소’ 탈북국군포로 한재복 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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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탈북국군포로 한재복 씨가 향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붙잡혀 북한의 탄광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탈북한 국군포로 한재복 씨가 약 3년 간의 폐암 투병 끝에 지난 8일 한국에서 별세했습니다.

1934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난 한 씨는 1951년 4월 자원 입대했다가 같은 해 12월 중공군에 잡혀 포로가 됐습니다.

이후 황해도 수용소, 자강도 수용소에서 포로 생활을 하다가 한국전쟁 정전 후 평안남도로 옮겨져 탄광 노역에 시달렸습니다.

공민증을 발급받고 북한 사회로 나간 이후에도 국군포로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시와 차별을 당하며 광부로서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한 씨는 지난 2001년 11월 자력으로 한국에 귀환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한국 법원에서 김정은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2020년 승소했습니다.

한국에서 최초로 북한이 국군포로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 낸 겁니다.

한재복 씨는 당시 승소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소송을 도운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물망초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한재복 씨 (지난 2020년 7월 7일 기자회견):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 물망초를 제외하고는 사회에서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게 참 섭섭하더라고요.

본안 판결에 따르면 한 씨는 약 1만6천달러의 배상금을 한국 내 북한 저작권료로 지급받아야 합니다. 다만 이를 관리하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즉 경문협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해 추심금 청구 소송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이날 인터넷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에서 돈 몇 푼보다 북한을 이겼다는 것, 북한의 만행을 세상에 알렸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한 씨의 말을 회상하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한재복 씨의 별세로 한국에 남은 탈북국군포로는 13명으로 줄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제4차 남북 이산가족 교류촉진 기본계획’에서 국군포로 문제 등을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최우선 과제로 삼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유엔 총회, 유엔 인권이사회, 국제적십자위원회 총회 결의 등을 통해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유관국 대상 설명과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최소 5만 명의 한국군 포로들을 돌려보내지 않았고 그 중 약 500명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