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회에서 관병원호사업을 다시 호소했습니다. 관병, 즉 군관(장교)들과 병사(장병)들에게 필요한 식품, 생필품 등을 바치라는 지시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주민들에게 인민군 원호사업을 하지 말라던 북한 당국이 이달 들어 관병원호사업 재개를 지시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4일 “오늘 동에 소속된 당원들과 여맹원들의 정기 학습회와 강연회가 열렸다”면서 “강연회에서 당비서가 관병원호에 나서라는 중앙의 지시를 전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늘은 매주 열리는 정기 학습회와 강연회 날이어서 싫은 대로(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참가했다”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연단에 선 강사의 연설을 듣지 않고 잠을 자거나 일부 주민들은 수십 년간 귀가 아프게 들었던 말이라며 지겨움을 토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연제목은 “’여맹원들은 성심성의를 다해 인민군 관병들을 원호하자’였다”면서 “인민의 안녕과 복리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 군대의 고마움을 진심으로 느껴야 하며 친혈육의 심정으로 인민군 관병들을 원호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올해 2월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며 잠시나마 중단했던 인민군대 원호사업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에 장내 분위기는 술렁였다”면서 “가뜩이나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관병원호사업은 버거운 요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에서 관병원호에 친혈육의 심정으로 진심을 다해 나서라는 말에 일부에서는 친혈육도 굶주리는 판에 무엇을 바치란 말이냐며 반발했다”면서 “군대도 못 먹이는 당국이 또 인민들에게 손을 내밀어 군수품을 해결하려 한다며 비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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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같은 날 “이달 들어 관병원호 사업에 나서라는 중앙의 지시가 각 조직을 통해 하달되었다”면서 “도내 공장, 기업소, 주민들에게 식량과 물품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는 17일은 총비서(김정은)가 공화국 원수칭호를 받은 지 12주년이 되는 날”이라면서 “또 7월 27일은 전승절이어서 당에서 관병원호사업에 대한 선전전을 펴며 전 사회적인 원호사업으로 내밀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관병원호 품목은 식량이 우선이고 그 외에 책과 원주필(볼펜), 비누, 치약과 칫솔, 세면수건 등 소금, 된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품이 다 가능하다고 호소했다”면서 “이에 참가자들은 책이나 원주필 같은 사소한 생필품마저 구걸하다시피 주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당국의 처사를 비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북한)서는 자식이 입대하면 제대(전역)할 때까지 집에서 부모가 같이 군복무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부대 보급실태가 열악하다”면서 “그런데 전국적인 관병원호사업을 내밀고 있으니 생계난에 처한 주민들은 실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1980년대까지는 사회에서 인민들이 스스로 군대를 돕는 분위기였지만 1990년대 들어 경제난에 봉착하면서 당국이 강제로 원호사업을 조직했다”면서 “작년까지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과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7월 27일 전승절(전쟁승리기념일) 등을 기념해 원호사업이 벌어지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앞서 지난 2월 북한 당국은 주민 대상 선동자료에서 총비서(김정은)동지께서는 “인민군대가 인민을 위한 일을 하여도 인민들에게 절대로 손을 내밀거나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한마디로 말하여 그 지역의 물과 공기만 마실 생각만 하여야 한다고 절절히 당부하신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