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 북 피격 공무원 사망 인정…유가족 ”사망 경위 따질 것”

0:00 / 0:00

앵커 : 한국 법원이 지난 2020년 9월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공무원 이모 씨의 사망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유가족은 이 씨의 사망 경위 관련 진상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0년 9월 서해 상에서 표류하다 북한 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

한국 광주가정법원 목포지원은 지난 20일 이 씨에 대한 유가족의 실종선고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실종선고란 부재자의 생사불명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고 살아있을 가능성이 적게 된 경우 그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이로써 이 씨는 북한 군에 피살 당한 지 약 1년 8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사망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법원의 실종선고는 통상적인 절차이지만 이 씨의 사망이 법적으로 확정된 만큼 이 씨의 사망 경위를 법리적으로 규명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래진 씨 :실종 상태에서는 (동생의) 살인에 관련된 것들을 법적으로 용어 정의도 못하고 법리적으로 판단도 못 했었는데… 누가, 어떻게, 왜 살인을 했는지를 이제 명확하게 법리적으로 다퉈 나갈 생각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 씨를 사살한 동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것을 인지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문재인 전 정부에 직무유기죄 또는 살인방조죄를 물을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설명입니다.

이 씨의 유가족은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경,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래진 씨는 동생의 피살과 같은 비극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공권력의 만행을 바로잡는 선례를 남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래진 씨 : (북한은) 멀쩡한 사람을 그냥 죽여버렸지 않습니까. 한국 정부는 도감청의 고급 첩보 기술을 가지고 그것을 듣고 있으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동생을) 월북자라고 낙인을 찍어버렸고요. 이런 부분들이 너무나도 불합리한 겁니다.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씨의 사망이 공식 인정된 만큼 한국 정부에 공무원 유족급여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한국 해경의 추정에 대해 현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유족급여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서해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뒤 구명조끼와 부유물에 의지해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 이 씨를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 군이 지난 2020년 9월 22일 밤 9시 반쯤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협력 제의를 담은 대북통지문 전송을 시도한지 일주일이 되도록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조중훈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한국은 아침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개시 통화에서 북한에 지난주 전달하려 했던 대북통지문 수령 의사를 문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통화를 종료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한국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적 지원 방안도 고려하겠지만 우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중훈 한국 통일부 대변인 : 이번 한미정상회담 시 양측 정상이 대북 백신지원 등 북한이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으며, 코로나19에 대한 남북 간 협력의 시급성도 있는 만큼 국제기구 통한 지원 등 여러 우회적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우선은 북측이 남북 간 협력에 호응해올 것을 기대합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