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한국 정부가 접수한 항공기 GPS 교란 횟수가 2016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늘어난 GPS 교란 사례에 대해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의원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항공기 GPS 교란 접수 건수는 578건입니다.
GPS 교란 혹은 GPS 전파 혼신은 GPS 수신 신호보다 높은 세기로 방해 전파를 보내 GPS 신호 활용 서비스의 정상적인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지난해 항공기 GPS 교란 접수 39건에 비해서는 약 15배 많아진 수치인데, 항공기 GPS 교란 접수 건수는 문재인 정부 기간이었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에는 총 8건에 그쳤습니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23건을 기록한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올해8월까지의 항공기 GPS 교란 사례는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2016년(1,022건)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항공기 GPS 교란 접수 578건 중 발신지가 북한으로 판명된 것은 533건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또 “북한의 GPS 전파 혼신 방법은 유사했고, 짧게는 수 분에서 길게는 6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5일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세 차례 GPS 교란 시도를 했습니다.
지난 3월 5~16일 북한 GPS 교란 공격의 발신지역은 해주, 옹진, 평강이었고, 4월 2~7일, 5월 29일~6월 2일 GPS 교란 공격 발신지는 강령, 옹진, 청단이었습니다.
과기부는 박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서 “항공기, 선박 모두 대체항법 적용 등을 통해 실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급격히 늘어난 북한의 GPS 교란 시도에 대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이장욱 연구위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위상에 타격을 가하고, 한국 사회의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GPS 교란은 그다지 비용이 들지 않는 행위”라며 향후에도 북한이 한국을 향해 GPS 교란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인한 큰 사고가 한국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며 우려를 가질 만큼 강력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실제 한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 이뤄진 북한의 세 차례 GPS 교란 시도에 대해 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발령하는 위기경보 단계, 즉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 중 두 번째 단계입니다. 이장욱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큰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계속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GPS 교란 공격 대비 한국 측 피해가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특정한 목표대상물 없이 무지향적으로 이뤄지는 공격 양상과 먼 거리를 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GPS 교란 시도가 늘어난 데에는 자신들의 영공, 영해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북한이 그냥 막연히 쏘는 건데 전파라는 게 거리에 거의 제곱 비례해서 약해지니까 사실 좀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GPS 방해 공격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거든요. 한국 어선, 비행기가 못 들어오게 막는 거죠. 약간의 예방적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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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232차 이사회에서 북한의 GPS 교란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결정을 채택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국무회의, 2일 국군의 날 기념식 등에서 GPS 교란 공격을 북한의 ‘저열한 도발’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거듭 비난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