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전 차관보 “느슨한 제재 이행이 ‘빈손 회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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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단한 결속과 이행이 있었더라면 지난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빈손 회담'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미국 국무부의 전 고위관리가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 결정도 '나쁜 거래'(bad deal)라고 우려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지낸 다니엘 러셀(Daniel Russel)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부소장은 5일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의 느슨한 대북제재 이행이 미국의 대북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날 미국 동부 뉴욕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관한 2차 미북 정상회담 관련 전문가 대담(Trump, Kim, and the Vietnam Summit: What Just Happened?)에서 대북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의 ‘딜’(deal), 즉 ‘거래’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misleading)면서, 협상은 미북 양국 간 서로 다른 전략적 이해관계와 목적을 조정하는 ‘과정’(process)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셀 부소장은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합의를 원하도록 만든 것은 대북제재의 강제적 효과(coercive effects)라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이행이 있었더라면 이번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진전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북한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대북 불법 무역이 급증한 가운데, 한국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를 요청했고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공식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등 대북제제에 대한 국제적 결속(solidarity)이 무너졌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종식됐고,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국가의 수장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셀 부소장 : 대북제재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주요 5개국 간 단단한 결속으로 인한 강력한 수준의 강제적 압박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협상장에 나오게 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이런 중요한 순간을 낭비했습니다. (To me, the critical moment that was wasted was the moment when that formidable degree of coercive pressure from sanctions and tight unity among the five key parties could have brought Kim to the table on terms that were acceptable to us.)

아울러, 그는 주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끔찍한 실수(dreadful mistake)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수 년간 이뤄졌던 한미 연합훈련이 기본적으로 방어적 성격이라는 사실은 북한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군은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입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전쟁연습’(war games)이라고 언급했지만, 이 연합훈련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주한미군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의 군사훈련으로 대북 억지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있는 정부는 협상 초반부터 연합군사훈련 등 방어와 억지력을 협상 카드, 즉 지렛대로 내세워서는 안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앞서 2일 미국 국방부는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과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 간 전화통화에서 키리졸브(KR: 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E: Foal Eagle)을 올해부터 종료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