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합의문 없이 끝난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북이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해제도 없다는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0일 미국 민간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비핵화 정의에 대한 미북 간 합의 없이 시작된 회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이번 하노이 회담을 통해 정상끼리 먼저 협상하는 ‘톱다운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양국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만큼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서는 실무급부터 비핵화 범위와 정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이러한 미북 간 입장차를 조율할 수 있도록 양국 관계를 재정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 대북제재 해제도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들어가기 전까지 제재 해제도 없다는 메시지를 듣고 이를 평양에 전달하길 바랍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양국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까지 비핵화 조치 이행보다는 제재 해제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미북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은 미국이 3차 미북 정상회담 추진을 서두르지 말고 동맹국을 비롯한 관련국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북한과의 다음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현 한국석좌 : 지금은 미국이 대북정책에 대해 관련국들과 같은 입장임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상들과 논의해야 합니다. 준비기간을 가지면 (하노이 회담 때와 같이) 뜻밖의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박 한국석좌는 또 김 위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관계만 믿고, 불완전한 비핵화와 경제 제재를 교환하려던 계획이 오산이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북이 실무회담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올리비아 에노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대북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 캠페인이 작동하고 있다면서 미북 간 대화 창구가 열려있는 동안에도 대북제지는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노스 연구원은 특히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동원되는 북한의 강제 노동 실태와 주민들의 심각한 식량부족 문제 등과 같은 인권 문제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반드시 제기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