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북회담 앞두고 협상력 제고…회담 무산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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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16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 제고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좀 더 유리하게 끌고 나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를 ‘북침전쟁소동’으로 규정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한국이 판문점 선언상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 합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통신은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도 내놨습니다. 이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하며 비핵화의 선제조건으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의 종료’를 내걸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미국에는 ‘미국의 비핵화 방식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을, 한국에는 ‘미국에 북한의 입장을 잘 설명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겁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미국이 얼마 전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큰 보상을 언급했지만 비핵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합니다. 이대로 미북 정상회담이 벌어지면 북한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한번 제동을 걸고 정상회담을 치르자는 생각 같습니다.

최근 미국이 북한에 더욱 강력한 수준의 비핵화를 요구하자 북한이 이에 반발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으로 반출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 내에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 CVID보다 엄격한 개념인 PVID도 거론된 바 있습니다.

최강 부원장은 “여전히 미국은 북한의 완벽한 CVID가 목적”이라며 “미북 모두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각각의 선제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과연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중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 북중관계가 개선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만을 표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도 “5월초 중국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 자리에서 북중은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수락한 지 15시간여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은 태영호 전 주영국대사관 공사의 지난 14일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태 전 공사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북한의 ‘최고존엄’인 김 위원장을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은 매우 조그만 문제일 수 있지만 북한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 실무 당국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단호하거나 과장된 대처를 하지 않으면 충성심을 의심받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미북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강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북 정상회담이 굉장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공언했다”며 “미북 정상 모두 여기서 물러서기엔 국내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