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회담 전에 미북 간 비핵화 합의에 관한 공동성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수석대표가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1일 북한이 대화를 제재 회피와 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데 악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이 비핵화를 먼저 선언하고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에 비핵국가로 가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 : 정상회담에서 양국 지도자가 내놓을 성과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북한 측이 합의해 공동성명이 회담 전에 마련돼야 합니다. 존 볼턴 보좌관은 지금 백악관이 아니라 북한 측과 만나기 위한 비행기에 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가 이날 개최한 ‘북한의 외교적 술수: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North Korea’s Diplomatic Gambit: Will History Repeat Itself?)라는 청문회에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제안으로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 도발과 협상을 반복하면서 제재를 회피하고 핵프로그램을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미리 공동성명으로 문서화해야 한다는 게 힐 전 차관보의 지적입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척도로 북한이 2005년 9·19공동성명을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 : 북한이 이 성명을 재확인하도록 요청하는 데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어느 국가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차 석좌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9·19공동성명 내용 이외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관한 논의가 미북 정상회담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이 급격히 이뤄졌을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날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때까지 제재를 절대로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 :. 점진적인 제재 유예와 궁극적인 제재 중단이 법제화될 때까지는 섣불리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됩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만남을 직전에 철회한 이후부터 3월에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하기까지 어떤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보였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고 이산가족의 정기적 상봉과 서신 교환을 허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유화적 태도에 속아 한반도 안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주한미군 철수 등에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이날 청문회를 개최한 테드 요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한 후 다시 어기곤 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미국과 유엔은 북한의 공허한 약속을 믿고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