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들, 유럽의회 행사서 “북한 전체가 감옥”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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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북한인권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탈북 여성들이 유럽의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가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증언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주최로 북한인권, 특히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집중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회의를 주최한 유럽의회의 미힐 호헤빈(Michiel Hoogeveen) 의원은 국제사회가 그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정치·군사적 문제에 집중해왔다며,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인권 유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호헤빈 의원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얘기할 때 지정학적인 부분, 비핵화에 집중하곤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 살고 있는 2천500만 명의 주민들을 잊어선 안됩니다.

토론자로 나선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COI 북한인권 보고서가 나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문제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 동안 미국과 한국 정부 모두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했다며, 대북정책에서 이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우리의 도전과제는 인권이 다른 매우 중요한 문제와 거의 동등하게 취급되는 문제로 만드는 것입니다. 인권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아닙니다.

이 날 행사에는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하기 전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북한 인권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를 포함해 탈북여성 2명도 참석해 증언에 나섰습니다.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탈북여성 A씨는 기본적인 식사는 커녕 식수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혹한 노동과 언어적·신체적 학대를 받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북한 사회 전체가 감옥과 같다고 탄식했습니다.

탈북여성 A씨: 북한에서는 죄가 없어도 가둡니다. 북한 전체가 감옥입니다. 먹고 살려고 움직이는 걸음걸음이 저촉됐고, 죄가 됐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증언자로 나선 탈북여성 B씨 역시 영양 결핍과 열악한 의료 서비스로 수감 당시 수백 명의 수감자들이 사망했고, 시신을 불태웠던 기억을 전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해 인식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정광일 대표는 “10년전 COI가 설립됐을 때 기대를 했지만 변한 것이 없다”며 “정치범 수용소, 인권 유린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 통치 당시 국제형사재판소(ICC)까지 찾아가 북한 지도자의 제소 여부를 문의하는 등 북한 당국에 실질적인 책임 규명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어떠한 변화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