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달 1일 북한의 전국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가 일제히 개학했습니다. 그런데 소학교(초등학교) 입학생이 해마다 감소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돕니다.
4월 1일은 북한의 각급 학교가 수업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코로나 방역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 학년도 학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소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숫자가 도시를 중심으로 줄어들고 있어 교육 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평안남도 교육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2일 “어제 평성시 덕성소학교에 새로 입학한 소학생들의 환영모임이 있었다”며 “그런데 환영모임에 참가한 소학교 입학생이 많지 않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0년 전만해도 소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로 4~5 개 학급은 구성됐다”면서 “하지만 해마다 신입생이 줄어들더니 올해는 세 개 학급이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개 학급은 30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학령인구는 1980년대만 해도 소학교(당시 인민학교) 한 학년에 7-8개 학급, 각 학급마다 45명 정원이었지만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한 학년 6-7개 학급, 학급당 인원수는 40명 정도로 줄어든 뒤 1994년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30명 규모 학급이 한 학년에 5-6개에 그쳤습니다.
이에 놀란 북한 당국은 1990년대 말부터 다산정책을 실시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여성들에게 아니낳기가 더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런 분위기 하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소학교 입학생이 30명 단위로 4-5개 학급으로 감소한 뒤 급기야 최근에는 2-3개 학급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소학교 입학생의 평균 연령은 7~8세로써 올해 입학하는 소학생의 출생연도는 2016~2017년입니다. 소학교 입학생이 감소하기 시작한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장마당이 본격적으로 생겨나던 2000대 중반 이후부터 출산율이 감소되었다는 얘깁니다.
특히 평성시는 전국적으로 물품도매 시장이 발달한 도시이며, 시장에서 장사하는 주민들 중 여성의 비율이 9대 1 정도로 비교적 높습니다.
소식통은 “평성시처럼 도시 규모가 클수록 젊은 여성들은 장사를 크게 하므로 아이를 한명 낳는다”면서 “아이를 많이 낳으면 장마당 경쟁에서 밀려나고, 그러면 먹고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신의주에서는 결혼한 여성들이 자녀를 많이 낳으면 두 명, 보통 한명을 낳거나 그마저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자녀를 출산하면 양육기간이라도 국가가 식량공급을 해야 하는데, 당국은 여성들에게 다출산만 강조하고 식량공급을 하지 않으니 장사를 하며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장사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실이 이렇다 보니 소학교 입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어제 4월 개학날이어서 관문소학교에 입학하는 조카를 축하하려 갔다가 입학한 학생 수가 적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5년 전 내 딸이 관문소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80명 정도는 되었는데, 올해는 60명 남짓했다”면서 “학생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지 교육 당국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반면 농촌지역에서는 도시에 비해 소득수준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데, 그 원인은 도시주민보다 장마당에서의 경제활동이 적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고급중학교 교사로 20년 근무하다 2015년 탈북한 김학명(가명)박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2000년대 초만 해도 소학교 입학생이 줄어들지 않았지만 2010년대 들어 여성들의 장사기반이 자리잡게 되면서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학명 박사: “소학교마다 한 개 학급이 평균 30명으로 보시면 되요. 지금은 3~4개 학급이에요. 이전에는 5~6개 학급이었는데 학생 수가 줄어들다 보니 학급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학교마다 입학생 수가 달라요. 원래는 자기가 사는 지역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실력이 높은 )수학선생님이 좋은 학교로 가다 보면 그쪽으로 입학생이 쏠려 입학생 숫자가 달라져요.”
북한의 학제는 유치원 높은 반(6~7세) 1년, 소학교(8~12세) 5년, 초급중학교(13~15세) 3년, 고급중학교(16~18세) 3년으로 12년제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김학명 박사는 앞으로 북한 여성들은 생활난으로 ‘입을 덜어야 한다는 생각’(식구를 줄여야 한다는)으로 출산을 기피하기도 하지만, 자식 한명이라도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사고를 갖고 자식의 미래에 투자하는 자금이 적지 않아 출산을 기피하므로 소학교 입학생의 감소는 초·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는 초모생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해 발표한 ‘2022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명으로 세계 합계출산율인 2.4명에 밑돕니다. 또 북한의 2015~2020년 사이 인구 성장률은 0.5%로 세계 평균(1.1%)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