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게 뇌물 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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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간부들이 당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로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면서 그 대가로 많은 뇌물을 받아 잇속을 차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9년부터 러시아 건설 현장에 나와 있던 북한 노동자 소식통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노동자) 해외 파견 기준과 선발 과정이 복잡한 것을 핑계로 간부들 속에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일상적”이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간부들에게 돈을 주고라도 해외에 나가야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3년 정도의 러시아 생활을 일단 정리하고 북한에 귀국했다 지난해 7개월만에 다시 러시아로 나왔다는 이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해외에 파견 나가는 것을 ‘적이 도사리고 있는 적후(적이 있는 후방)에 파견된다’고 표현하고 있어 선발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면서 “우선 선발기준을 보면 군복무 경력이 있고 당원이여야 하며, 가정을 가진 대상, 신분상 기본 계급에 속하며 가족 친인척 가운데서 정치범, 탈북자, 노동교화범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1차 기준에 부합하면 노동자가 속한 기업소 당위원회(당비서, 지배인, 기사장)의 수표(사인)을 받은 조건에서 해외 파견을 위한 문건을 작성한다”면서 “이 순간부터 해당 노동자는 간부들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문건 준비 과정이 보통 1~2년 걸리는데 간부들에게 돈을 얼마나 주는가에 따라 문건 준비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우선 수표만 해준다는 대가로 기업소 당비서에게 300~500달러(중동, 유럽, 러시아, 동남아 등에 따라 가격이 다름)를 주고 문건 준비를 시작한다”면서 “다음 단계 문건을 다루는 간부에게 100~200달러를 바쳐야 문건이 완성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해외 건설노동자로 나가기 위해 선발에서부터 해외에 출국하는 순간까지 간부들에게 상납하는 돈은 평균 800달러 이상”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굉장히 큰 금액이지만 해외에 한번 갔다 오면 뇌물로 준 액수를 제외하더라도 배로 돈을 벌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렇게 큰 금액을 감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14년에 북한에서 해외 근로자로 러시아에 파견되어 일하던 중 2019년에 탈북한 김지호(가명) 씨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자신도 2014년 해외 건설노동자로 파견되기 전 선발부터 시작해 해외에 나오는 데까지 무려 1,400달러를 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쳤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해외에 나갔던 경력이 있는 대상에게는 처음 나가는 사람들보다 배로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해외에 나갔다가 3년이 되면 철수시켜 2년 이상 사상교육을 받은 후 다시 파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외에 파견되었던 사람들로서는 해당 나라에 적응됐을 때 일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6개월 이내에 다시 나가길 원해 해당 간부들에게 1,500~2,000달러를 뇌물로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외에도 해외에 나가는 데 소비되는 항공권 비용, 여권 비용, 비자발급, 거주 비용 등 각종 명목으로 해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약탈하고 있다”면서 “해외 파견 간부들은 돈이 있어 보이는 대상들에게 문건이 잘못 작성 되어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등 여러가지 구실을 대며 돈을 요구하고 있어 해외 파견 노동자들 속에서 이로 인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은 현재 러시아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는 약 3만명 정도 된다면서 소규모일 경우에는 코로나 방역 국경 봉쇄 시기에도 북한 출입국이 일부 가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