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 청년들, 생활고로 대학 중도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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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감염병 사태 등으로 최근 북한 내 전반적 경제 상황이 많이 어려운 가운데 대학 입학시험에 붙고도 생활고로 학업을 포기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각 대학들이 새 학년도 수업을 시작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힘들게 대학 입학시험을 통과하고도 생활고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은 대부분 평민의 자식들입니다.

24일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월 1일부터 수업이 시작된 지 꽤 됐지만 아직 대학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시인민위원회 교육부가 대학에 입학하고도 등교하지 않는 대상을 찾아다니며 요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등교하지 않거나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았다”며 “최근 국경봉쇄, 장사와 이통 통제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대학공부를 포기하는 현상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몇 년 전에 당국이 대학에 입학하고도 등교하지 않는 학생의 담임교사를 추궁하고 해당 학교의 대학추천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집은 자녀가 대학을 다니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무상 교육을 선전하고 대학 기숙사도 있지만 당국이 추진하는 교육조건 개선과 교재비 구입, 사회적 동원 등 대학생들의 잡다한 세부담(각종 명목으로 내는 돈)이 적지 않습니다. 기숙사의 식사 질도 한심해 배고픔을 견디자면 가끔 밖에서 음식을 사 먹어야 하고 남한테 뒤지지 않게 옷도 추세에 맞게 입어야 하는 등 대학생들의 생활비도 만만치 않아 일반 부모가 부담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대학 입학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동창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라며 “대학을 졸업해야 앞으로 간부를 할 수 있는데 일반 고급중(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10% 정도만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힘들게 대학에 입학하고도 등교하지 않는 학생은 두 가지 부류로 갈라 볼 수 있다”며 “자기가 원하지 않는, 마음에 없는 대학에 추천받았기 때문이거나 가정생활이 어려워 부모들이 대학 뒷바라지를 해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북한에는 종합대학 2개, 일반 대학 128개, 직업기술대학 48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예비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직접 진행되는 입학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받는데 이를 대학추천이라고 표현하며, 입학시험은 2~3월에 실시됩니다.

일반 고급중학교에 다니는 근로자의 자녀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습니다. 매 학생이 1지망, 2지망, 3지망 순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을 적어 학교에 제출해도 선택권은 본인이 아닌 당국에 있으며, 좋은 대학은 간부나 돈주의 자녀들이 우선 추천받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부령군에도 힘들게 대학에 붙었으나 대학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인민반에 올해 청진에 있는 한 대학에 붙어 일주일 정도 등교하던 딸에게 공부를 그만두게 한 집이 있다”며 “아버지 없이 어머니가 혼자 오누이를 키웠는데 남새(채소)장사를 하는 어머니가 딸의 대학 뒷바라지를 해주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작년에도 군복무를 마친 친구의 아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입학했지만제대돼 집에 와보고는 대학을 포기했다”며 “아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가정형편을 보고는 공부할 생각을 접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대학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은 다 가정생활이 어려운 집 자식들로 앞으로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개선되지 않는 한 대학에 입학하고도 학업을 포기하는 현상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대학 기간 학생이 대학에 내는 돈도 적지 않지만, 이런저런 각종 지원사업과 사회적 과제 수행을 위해 내야하는 돈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