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례적으로 의대 졸업생 농촌 의료기관 배치

0:00 / 0:00

앵커 : 올해 들어 특히 농업증산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의대 졸업생들을 농촌 의료기관에 배치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는 평양을 비롯한 전국의 도 소재지마다 7년제 의학대학(예과1년, 본과6년)이 한곳씩 운영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3월이면 북한은 의대졸업생을 전국 의료기관으로 배치하는데, 올해는 힘이 없는 의대 졸업생들을 농촌 병원에 강제 배치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4월 중순 자산리 병원에 의대졸업생 다섯 명이 배치됐다”며 “지난 3월 평성의학대학을 졸업한 여학생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자그마한 리 병원에 내과와 소아과 등 수술까지 할 수 있는 젊은 의대 졸업생이 한 번에 여러 명이 배치되는 건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는 농촌 행정지역의 말단 단위인 리마다 협동농장과 진료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 진료소는 의사와 간호원 등 2~3명의 의료진이 배치돼 있지만 국가의약품이 공급되지 못해 협동농장 농민들은 감기치료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맹장염에 걸리면 응급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식량문제 해결을 국가중대사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농촌의 진료소를 병원화하도록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내각 보건성이 직접 틀어쥐고 전국의 리 단위 진료소를 병원으로 꾸리고 있는데, 평성시 자산리 진료소도 리 병원으로 증설됐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리 진료소가 간단한 수술도 할 수 있도록 병원 규모를 갖추게 되면서 여기에 필요한 의사인력으로 의대 졸업생들이 배치된 것”이라며 “하지만 집안이 가난하거나 힘이 없는 의대 졸업생들만 농촌 병원에 배치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신의주의학대학 졸업생 가운데 간부의 자녀들은 도 병원과 시 병원에 배치되었지만, 집안이 가난한 의대 졸업생들은 농촌지역 병원에 배치됐다”고 전했습니다.

신의주의학대학은 임상의학부, 고려의학부, 구강학부, 위생학부, 약학부 등으로 운영되는데, 올해 약학부를 제외한 학부졸업생들이 130명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의대졸업생들이 농촌지역 병원에 배치되는 조치는 올해부터 시작”이라며 “리 진료소가 병원 규모로 완성된 리 단위부터 의대졸업생들을 병원인력으로 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의대졸업생들의 배치 서류를 가장 먼저 작성하는 대학 간부과가 집안이 힘이 없는 의대졸업생들을 자발적 탄원이란 명분으로 농촌 병원에 강제로 배치하고 있어 당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농촌 진료소에는 7년제 의대가 아니라 2년제 의학전문학교 졸업한 준의사가 배치되는 게 관례였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