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이달 근로 청년용 학습제강에 김정은 총비서를 '아버지'라고 공식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붙였던 인민의 '아버지'의 이미지를 김정은에게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일부 청년들은 또래에게 아버지의 호칭을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우상화 작업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7일 "요즘 청년들을 대상으로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을 따라 배우는 학습회 참고자료'가 배포되었다"면서 "금성청년출판사가 발행한 학습자료가 (김정은) 총비서를 아버지라고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당국은 신문과 TV, 방송을 통해 총비서를 흠모하고 따르는 인민의 마음이 아버지를 따르는 혈육의 정과 같다는 식의 선전을 해왔다"면서 "그러던 당국이 이제는 김정은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학습회 자료에 공식 발표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북한에서 청년근로자, 즉 청년의 나이는 35세까지입니다. 14세에 조직적으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사로청)에 가입한 학생들은 17세에 고급중학교를 졸업하여 사회에 나가 입당하지 못하면 35세까지 사로청 청년조직에 소속되다가 36세부터 조선직업총동맹(노동자)이나 농업근로자동맹(농민)으로 소속이 넘어갑니다.
소식통은 "이달 학습제강에 따르면 현재 34세~35세의 청년들도 38세로 추정되는 총비서(김정은)를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 실정이 되었다"면서 "당국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또래인 김정은을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조직적으로 강제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동안 총비서가 10대의 딸과 함께 각종 국가행사에 등장한 이유가 어쩌면 자신을 인민의 아버지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도 "요즘 진행하는 청년대상 학습회자료에 총비서를 아버지라고 공식적으로 명명해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또래 청년들이 총비서를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은 도시와 농촌 어디를 가나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탄식소리 뿐"이라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김정은을 탁월하고 세련된 령도자, 공화국의 존엄과 위력을 만방에 떨친 절세의 애국자로 칭송하며 아버지로 명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근로청년대상 학습은 1/4분기, 2/4분기, 3/4분기, 4/4분기로 나뉘어 분기별 학습제강이 각 조직에 배포된다”면서 “청년들은 당국이 제시한 학습과 강연 외에 어떤 것도 마음대로 보고 듣고 말할 수 없이 통제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국이 또래(김정은)를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강제로 학습시키면서 청년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선대 수령(김일성, 김정일)들은 출생과 가족내력, 학력, 성장과정과 활동역사 등을 연차별로 소개했는데 그(김정은)는 그것을 다 생략한 채 맹목적인 우상화, 신격화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일성이 북한에서 아버지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그가 1966년 조선노동당 1대 서기장이 된 후인 1967년부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창작된 가요 ‘세상에 부럼없어라’에는 “우리의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정권을 잡기 전부터 북한에서 아버지로 불렸습니다. 1992년 북한의 어린이들은 공식행사에서 김일성을 할아버지로, 김정일을 아버지로 호칭했습니다. 이는 김씨 부자의 권력 세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