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성 18형, 러시아 도움 받았나...전문가 견해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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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독일의 한 전문가는 북한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8형이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유사하다며 북러 간 기술 협력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 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3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8형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습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는 지난 15일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화성 18형은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크기, 모습, 구성, 성능이 모두 같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관련 기술을 협력하고 있거나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역추적해 설계기법 등의 자료를 얻어내는 역공학에 매우 유능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 정황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미사일 분야 협력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8형을 개발하는 데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인데 이에 대한 한국 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았을 가능성보다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모방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장 교수는 “북한의 화성 18형은 러시아의 토폴-M 뿐만 아니라 미국의 미니트맨3과도 유사하다”며 북한이 러시아, 미국 등 미사일 선진국들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형상을 베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이런 식으로 기존에 있는 무기를 모방해 형상 설계를 할 경우 항공역학시험 등 타당성 시험 과정을 밟을 필요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지금 러시아는 자기들도 버거운데 사실 자기들이 북한에 기술을 이전해주고 그럴 리는 없을 거고요. (다만)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술은 없어요. 엄청난 기간이 걸리고 돈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아마 형상을 많이 베꼈을 것이라는 겁니다.

장 교수는 북한이 2010년 즈음부터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을 진행했을 것이라며 고체연료 미사일 능력에 대한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교수는 또 일반적으로 북한의 관영매체에서 나오는 기술적인 표현에는 과장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장 교수는 “북한이 이번 화성 18형 시험발사에서는 안전하게 비행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1단 추진체를 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비행했지만 1차 비행 관련 자료들을 점검해본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고각발사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장 교수는 북한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발사에 나설 경우 최소한 고도 4,500~5000km까지 올리며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장 교수는 북한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시기에 대해서는 북한이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할 것이라며 예단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만 보면 2주 내에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국 내 전문가는 북한이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과정 중에서 러시아, 중국 등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진행했다고 하기에는 북한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속도가 빠르다며 기술, 문헌, 또는 소재 쪽에서 어느 정도의 외부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현재 북한이 사용하는 탄수산화 폴리부타디엔(HTPB)은 다소 추력이 약한 고체연료 추진제이지만 탄수산화 폴리부타디엔의 알루미늄 분말을 삼수소 알루미늄(Alane)으로 대체하면 출력이 크게 늘어난다며 러시아가 이 기술을 북한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지난 13일 이뤄진 북한의 화성 18형 시험발사의 경우 삼수소 알루미늄(Alane)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2단ㆍ3단 추진제의 활동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며 다음 시험발사를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닿는 8,000~10,000km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을 이어갈 것이며 지금 추세라면 북한이 1~2년 안에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이날 ‘2023년 러시아연방 대외정책개념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 31일 개정된 러시아의 대외개념은 대단히 공세적이고 이념적이며 미국과의 대결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비록 새로운 러시아의 대외개념에 한반도와 관련한 명시적인 내용은 없지만 러시아가 핵심 협력 대상에 북한을 포함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연대에 북한이 가세할 경우 신냉전 진영화가 속도를 내고 한국의 안보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