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재진입 기술 확보’ 시사에...전문가들 “아직 신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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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관찰된 것만으로는 아직 기술 완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올해 세 번째 담화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발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지난 18일 이뤄진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ICBM을 원하는 거리만큼 날리는데 필수적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완성했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군 당국은 지난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ICBM 발사 능력을 모두 보유했다는 평가와 함께, 다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 ICBM이 비행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탄두 재진입 기술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의원들도 그에 공감했다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ICBM을 고각 발사했는데, 정상 각도로 실거리 발사를 해야 재진입 기술 완성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각 발사의 경우 재진입체가 수직 형태로 떨어지기 때문에 각도나 마찰에 따른 열 발생 정도가 정각 발사할 경우와는 달라져, 당시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 발사 당시 자위대 전투기가 촬영한 미사일 추정 물체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고, 여기에는 어두운 하늘에 불덩어리처럼 보이는 비행체가 떨어지다가 갈라지면서 불꽃이 사그라지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전문가들도 아직은 북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완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장영근 한국 항공대 교수는 재진입체를 회수해서 그 상태를 살펴봐야 관련 기술 완성도를 판단할 수 있다며, 기폭장치와 고압 배터리 등이 제대로 작동하고 대기권 재진입시 발생하는 열과 부하를 견뎠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재진입체 낙하지점을 예상해 회수할 역량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현 시점에는 실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장영근 한국 항공대 교수 :엄청난 외부 온도와 기계적인 부하, 진동 등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미국과 러시아도 실제로 탄착지점 인근에 함정이나 항공기를 보내서 그걸 수거하는데, 북한이 그 정도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재진입체를 개발했을지 의문입니다.

장 교수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할 때 단시간에 더 높은 열과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각 발사시에는 재진입체가 대기권에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머물며 마찰 등을 발생시키는 만큼 반드시 고각 발사시에 비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화성-15형’을 지금까지 세 차례 시험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정도로는 신뢰할만한 완성도를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 2017년 11월에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화성-17형'이라고 기만해서 개량형을 발사했습니다. 그럼 이번이 세 번째 발사인데, 이 정도로는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으려는 시도일 것이라며, 이를 주장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8일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했고, 한국과 일본 당국 등에 따르면 미사일은 최고 고도 5천7백km 정도로 비행 거리 9백여km를 날아간 뒤 해상에 떨어졌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