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일 발사 ICBM, ‘화성-15형’ 개량형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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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 3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신형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 개량형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일 아침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북한.

마하 15정도의 속도로 약 760km를 날아간 이 미사일은 제원에 비해 비교적 짧은 거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탐지됐고, 당시 한국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신형 ‘화성-17형’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신승기 연구위원은 30일 이 미사일이 기존 ‘화성-15형’을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에 따르면 두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2017년 개발한 신형 대출력발동기, 이른바 ‘백두산 엔진’을 1단 추진체계로 사용하고 있고, 추진체계가 같은 만큼 동체 직경도 동일하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정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개량형 미사일의 추진체계 전장은 감소한 반면 탄두부 전장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개량형 미사일이 기존 ‘화성-15형’에 비해 제한되는 속도와 최대고도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발사가 실패했다면 이를 개선·보완하기 위해 관련 체계와 부품, 소프트웨어 등을 재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작업이 끝난 뒤에도 이를 하부체계와 구성품 수준에서 시험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전체 체계에 반영해 최종 조립 및 시험을 실시한 뒤 이상이 없을 경우 발사차량(TEL)에 탑재해 최종 시험까지 마쳐야 한다는 것이 신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특히 200톤 전후인 ICBM같은 복잡한 초대형 무기체계라면 발사 실패 후 재시험 과정에 적어도 몇 개월은 걸리는 것이 기본적인 만큼, 불과 보름 만인 18일 재발사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3일 쏘아올린 미사일은 ‘화성-17형’이 아닐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8일에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고, 비행거리는 1000km, 최고속도는 마하 22정도로 해당 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아내 리설주와 딸을 동행한 채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이번 개량형 미사일이 기존 ‘화성-15형’과 동일한 직경을 보이면서도 탄두 선수 부분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보인다며, 다탄두보다는 1개의 수소폭탄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전자기충격파(EMP)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량한 수소폭탄을 탑재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돌파·무력화할 수 있는 확률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향후 다탄두 탑재형을 개발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화성-15형 개량형의 시험발사가 북한 국방과학원이 새로 개발한 EMP 효과 강화 핵탄두 기폭장치 등의 신뢰성과 정밀성을 확인하는 차원으로, 일부 개량된 미사일 추진체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재차 확인하는 시험 발사였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부분에 대한 확인이 이뤄졌다면, 미사일이 먼 거리를 날지는 못했지만 북한 측 계획과 의도에 따라 시험이 비교적 정상적인 수준으로 진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ICBM 뿐 아니라 다양한 미사일의 성능 개량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신형 대출력발동기 개량형을 화성-12형 계열의 중거리 및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에 적용해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더욱 늘리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대로 화성-12형 개량형에 적용된 자세 및 방향 제어 기술이 신형 ICBM에 적용되면 이들 미사일의 안정성과 정밀성도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제한적인 기술 수준과 어려운 경제 여건 등으로 인해 한 번의 개발 시도로 원하는 무기를 개발하기는 어려운 만큼, 북한이 동시병렬적이며 연속적인 미사일 성능개량 방식을 택한 것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김정은 중심의 체제보장이 확실하게 담보되기 전까지는 북한이 신형 유도무기 개발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