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북 ‘ICBM 실험’ 암시했지만…발사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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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 개선 목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 미사일 시험발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난 7일 이른바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북한.

한국 국방부는 9일 한미 양국이 이와 관련한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현수 한국 국방부 대변인 : 한미는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 동창리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활동들에 대해서 면밀히 감시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이날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미북대화가 동력을 유지하면서 진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와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북한은 국방과학원 대변인 이름으로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시험 결과가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발동기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미 지난 2017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는 자리에서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 발동기 기술로의 전환을 천명한 바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 발동기 시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군사적인 차원에서는 미사일 개발을 위한 고체연료 실험일 가능성이 있는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가 개최되면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 센터장은 다만 북한이 단번에 ICBM 시험발사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연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정치적 도발로 보이는 만큼 북한이 굳이 ICBM 시험발사에 따르는 충격을 감당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도발을 하더라도 파급력이 작은 중거리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 등으로 이른바 ‘계산된 도발’을 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실제 ICBM 시험발사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미국으로서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북한의 모든 선택지가 사라지는 상황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이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목적을 넘어 실제 ICBM 시험발사 재개로 이어지는 수위까지는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수위를 조절하면서 신중하게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도 강해 보입니다. 그래서 현재로는 미북 대화 유지 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미북 대화가 결렬돼 북한이 내년부터 이른바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위험부담이 큰 ICBM 시험발사를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협상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대화 지속 메시지를 담은 친서를 보낸다면 대화 명분을 찾고 있는 북한이 내년 초에도 대화 통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쓴 ‘전략적 지위’라는 표현이 자신들의 핵미사일과 관련해 사용해 온 것이라며 이번 시험이 ICBM과 관련된 것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 고체연료인지 여부는 좀 더 판단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ICBM 관련 실험을 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죠. 그렇다면 북한이 미국에 분명하게 보내는 메시지는 다음 단계는 '새로운 길'로 ICBM 발사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인 것으로 판단이 되고요.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 것을 언급하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다시 갖고 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30분간 통화하며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동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하면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조차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며 어떤 형태로든 미국에 대한 도발과 압박을 이어가되 ICBM 발사까지는 하지 않는 선을 지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