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요지 “김정은에 왜 형 암살했나 물어볼 것”

김정남과 생전에 교류했던 일본 언론인 고미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
김정남과 생전에 교류했던 일본 언론인 고미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 (RFA PHOTO/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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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남이 생전에 교류했던 일본 언론인 고미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을 도쿄에서 만나 김정남 암살과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7년을 짚어봤습니다. 고미 논설위원은 김정남이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바꾸고 싶어했다며 곧 남북정상회담 등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할 예정인 김 위원장에게 왜 형을 암살하도록 지시했냐고 직접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능력면에서 김 위원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고미요지 위원을 만났습니다.

기자: 김정남 암살 1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떤 소회가 드십니까?

고미요지: (김정남씨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깝고 아주 마음도 아팠는데 아직도 누가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실망스럽고 저도 1주년이 됐으니까 현지에 가서 취재도 해야 한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말레이시아에 아는 분도 있고 사건 이후에 현지 기자들로부터 전화와 메일을 많이 받았습니다.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사람도 많으니까 저도 거기에 직접 가서 김정남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친구들이 많았대요, 일본인 포함해서.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얘기도 좀 들어보고 싶고, 그러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르고, 저도 옛날에 (김정남과) 친구로 지냈던 사람이니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자: 김정남이 암살 직전에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만났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고미요지: 복수의 말레이시아 현지 기자들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확인해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금 대북 군사옵션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반면에 장기적으로 해외에 있는 북한 사람들에 접근하고 정보도 얻고 협력자들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일환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별히 공작을 하거나 하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김정남이 미국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가깝게 지내려 했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김정남, 북한 현실 바꾸려는 희망 있었어”

기자: 김정남을 어떤 인물로 기억하십니까? 일부에서는 ‘비운의 황태자’라는 표현도 과하다,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독재자의 아들일 뿐이다, 이런 평가도 있습니다.

고미요지: 김정남에 관한 책을 낸 지도 6년이 지났습니다. 진짜 김정남이 어떤 사람인지 저도 확실히 몰랐습니다. 서너 차례 만났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그가 암살당한 뒤에 ‘나도 김정남과 잘 지냈었다’고 증언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까 역시 아주 친절하고 친구를 많이 생각하고 상대방을 많이 생각하는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물론 독재자의 아들이고 마음대로 돈 쓰고 놀러 다닌 그런 점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김정남도 북한의 현실을 바꾸고 싶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건 확실합니다. 저도 몇 번이나 그런 얘기 들었습니다. (북한을) 조금 더 변화시켜야 한다, 북한을 개혁 개방하면 더 잘 살 수 있는데 내가 못 해서 안타깝다, 그런 말도 했습니다. 저는 김정남이 성실하고 북한을 많이 생각하는 김씨 일가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찍 사망한 게 안타깝습니다.

기자: 김정남에 대한 암살지시는 김정은만이 할 수 있다고 얘기하셨는데, 과연 김정남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치적 위협이 될 수 있었나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미요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김정남은 야망도 없고 (김정은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김정남 주변에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탈북자가 망명정부를 세워 김정남 씨를 추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또 미국정부 관계자도 접촉하고 있었고, 아마 이런 움직임을 듣고 혹시나 자신에게 위협이 될까봐 과민하게 반응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은 김정남은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이 아니고 완전히 북한과 거리를 두고 정치적인 야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암살하게) 됐는지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현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자기 입으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싶어요. 지금 상태에서는 힘들지만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고 기회가 있으면 꼭 가서 질문하고 싶어요, 김정은 위원장한테.

“김정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있어”

기자: 김정은 집권이 7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김정은의 북한을 평가하신다면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고미요지: 새로 나온 책에 쓴 내용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김정은이 잘하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첫번째는 경제부문입니다. 장마당을 전국에 400개 이상 허용해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또 돈주(로 대표되는) 부유층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평양 중심부에 아파트도 생기고. 완전히 무너진 나라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어요. 이게 아마 아버지 시절에 못 다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좀 무리하게 만든 측면도 있지만, 스키장도 만들고 수영장도 만들고, 그런 것도 아버지 시대에 없었던 일입니다. 또 군사적 측면에서 미사일이나 핵개발은 좀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지 않나 그런 걱정도 들지만, 작년에 급속도로 개발하고 올해 들어서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 그런 것도 외교적인 스타일이라던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고 생각합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김정은이 협상 상대가 아니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도 했다고 하지만 저는 뭐 반대고, 앞으로는 김정은을 잘 연구해서 마주하여 잘 협상해야 한다 그런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도 해야 되고,….

고미요지 논설위원이 지난 7일 펴낸 김정은 위원장에 관한 새 책 표지
고미요지 논설위원이 지난 7일 펴낸 김정은 위원장에 관한 새 책 표지 (RFA PHOTO/ 박정우)

기자: 책 말씀을 하셨는데, 책을 어떤 배경에서 저술 하게 되었고, 주요 내용은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시지요.

고미요지: 김정은 위원장이 일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북한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이것을 다시 한번 그의 연설이라던가 내부에서 공개된 연설문, 발표문이라던가 그런 것을 수집해서 다시 한번 살펴봤습니다. 역시 절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과대 평가해도 안 되지만, 김정은의 능력은 대단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인정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마지막에 제가 제기하고 싶은 것은 일본은 지금 압박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대한 압박하면 북한이 변하고, 핵도 포기한다 그런 식으로 하지만 저는 이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있어서는 핵 미사일은 존재의 이유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겨우 만든 그거는 제일 믿음직한 무기이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어요. 그런 것도 잘 생각해야 합니다. 그 생각은 할아버지, 아버지한테 잘 받았고 지금도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정부 관계자도 그 책을 보고 김정은은 그렇게 쉽게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것을 재인식 해주시면 고맙겠고 그런걸 바라고 있습니다.

“대화 계속되겠지만 성과까진 시간 걸릴 것”

기자: 마지막으로 이제 남북 정상회담도 발표됐고, 북미 사이에는 비핵화를 위한 협상도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아까 말씀 중에는 결국 북한이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을 치렀고, 그런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앞으로 대화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습니까? 어떻습니까?

고미요지: 대화는 계속 이뤄지겠지만.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하나 제가 생각이 드는 것은, 평창 올림픽에 여동생을 직접 보냈습니다. 또, 자신의 가정교사를 지냈던 김영철까지 남한에 보냈습니다. 그런 것을 보니까 좀 더 결심을 하는 게 아닌가,….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큰 제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지 않을까 그런 예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전에 정상회담에서는 연방제통일 이라던가 문화적인 교류 확대라던가 그런 게 의제가 되었는데, 다시 한번 통일 문제를 갑작스레 내놓고 남한에 제의하고 남한 내에 갈등을 생기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