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한국의 대북특사단과의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대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개항의 남북 합의문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이번 합의의 의미와 향후 한반도 정세 전망을 정영태 북한연구소장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기자 : 소장님, 안녕하세요?
정영태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남북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 방북을 통해 6개항에 합의했습니다. 먼저 어떻게 보셨는지 총평 부탁드립니다.
정영태 : 남북 양측 모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합의문에도 이런 부분이 잘 나타나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정상회담 개최입니다. 사실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보면 정상회담 시기를 4월 말로 정했고 회담 장소도 서울과 평양이 아닌 판문점, 그것도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결국 회담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뜻입니다. 의전 문제 등 복잡한 사항들을 완전히 배제한 거죠. 이번 정상회담이 실무회담의 성격을 갖게 됐지만 대신 양 정상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아무튼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의 대북특사단과의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대화 의지를 밝혔는데요.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핵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영태 :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핵무기를 폐기한다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말도 없었고요. 미북대화가 진행되더라도 이 부분은 협의가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기자 : 북한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미북대화에 나서는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영태 : 북한이 대화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북한은 작년 말에 '화성-15형'을 완성했다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핵개발을 일단락지었다고 판단을 내린 북한이 이제는 미국과 협상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같습니다. 이를 통해 대북제재에서 벗어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미국보다 오히려 대화를 더 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북한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핵·미사일 실험 잠정중단(모라토리엄)'의 입장도 밝혔는데요. 일각에선 이를 두고 '특사 방북의 최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영태 : 핵·미사일 실험 잠정중단은 핵동결과 비슷한 발언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일단 북한이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 대화 조건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봅니다.
기자 : 그렇다면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이 미북대화를 위한 최소 조건이 된다고 보십니까?
정영태 : 핵 모라토리엄이 핵폐기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대북특사단 수석대표였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국에 공개하지 않은 내용을 미국에 가서 따로 얘기할 수 있거든요. 미국은 정 실장의 보고를 받은 뒤 북한의 진정성을 판단하고 북한과 대화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물론 핵동결 입구론 차원에서 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미국은 모라토리엄만을 갖고 북한과의 대화 여부를 판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 북한이 비핵화를 주제로 미북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힘으로써 일단 미국이 탐색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한층 커졌는데요.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정영태 :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일단 탐색적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북한은 핵을 폐기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이것을 확인한 뒤에야 미국은 본격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임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 마지막으로 남북이 합의한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의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정영태 : 한국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고 싶어 하니까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제기할 것으로 봅니다. 반면 북한은 교류협력과 관련된 것들을 논의하려고 할 겁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교류를 원할 겁니다. 그러나 경제협력은 한국의 5.24조치와 유엔 안보리 제재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기자 :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