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 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정책에 반할 수도 있다고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가 지적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연방의회에 주요 사안에 대한 정책분석을 제공하는 의회조사국은 지난 2일 한국과 한미관계(South Korea: Background and U.S. Relations)에 대한 보고서를 새로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한미동맹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급박한 도전과제(The most immediate challenge)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첫 정상회담을 한 후 일방적으로 중단한 대규모(major) 한미 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미국의 정책과 어긋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oon has suggested that the drills should be "negotiated" with Pyongyang, a stance that could run counter to U.S. policy.)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설명회에서 3월 연례 한미 군사훈련 재개와 관련해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랜드연구소의 수 김(Soo Kim) 연구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과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협의하는 것은 적에게 그 적의 도발을 대비한 훈련을 해도 괜찮은 지 물어보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해도 괜찮다고 답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문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 인민군 훈련을 동시에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한미 군사훈련 지속 여부 등 그 자체에 대한 논의라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 연구원: 미국과 협의(consultation) 혹은 합의(agreement)없이 한미 군사훈련 상황(status)에 대해 북한과 협의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오는 3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군사적 준비태세는 국방부의 최우선 고려 요소라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연합동맹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ilitary readiness is a top priority of the Secretary of Defense. Our combined military training events are a principal method of ensuring our combined Alliance readiness.)
대변인은 또 이 훈련들은 도발적이지 않고(non-provocative), 완전히 방어적(defensive in nature)이며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도록 동맹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 범위, 시점에 대한 결정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한미 양측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 작동 중이라며 이 제재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북협력 활동을 심각히 제한하고 있다(severely limit)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북한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먼저 양보하는 것을 지지해와 트럼프 전 행정부와 주기적으로 긴장관계가 조성됐었다며 이런 움직임은 바이든 행정부와도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Moon generally favored offering more and earlier concessions to North Korea than Trump, creating periodic tensions, a dynamic likely to continue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주 만에 첫 전화통화를 가졌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통화에서 한미 두 정상이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한국 청와대는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철저히 검토해 새 접근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왔다며 이번 통화는 그 검토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consulted)해 그 정책이 공동으로(jointly) 진행되도록 하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 순위를 고집하는 문재인 정부와 핵위협 제거를 우선시 하는 미국 정부와의 입장 차이로 한미 간 공통의 대북정책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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