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중 서해 실탄사격 훈련, 한·미 견제 의도”

0:00 / 0:00

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동맹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일 공고문을 통해 오는 15일까지 한국 서해 남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힌 중국 해사국.

한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해협에 이어 서해에서 실탄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 측에 대한 견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은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지역을 설정할 때는 그 전략적 의미와 필요성을 고려한다”며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른바 ‘다목적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크게 세 가지, 즉 서해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견제하는 한편, 미군이 서해에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훈련 목적으로 들었습니다.

견제 대상이 되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에는 주한미군도 포함된다는 것이 박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한미동맹 강화와 더 나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센터장은 미군의 서해 진입을 견제하려는 목적과 관련해선,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더라도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군의 해상전력이 서해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측 전력이 서해에 들어오면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이번 훈련에 서해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중국 측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대만 문제에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 지역이 연계가 안 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미군이 여기에 개입한다고 하면 주한미군, 주일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까지 다 연계되는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중국 군 함대가 유사시 대만해협으로 이동하는 상황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서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서해에서 주한미군, 주일미군을 견제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병력 증원과 함께 해군력·공군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중국 측 함대를 비롯한 주요 전력들이 이동하는 과정에는 그에 대한 보호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한국, 일본과의 외교적인 관계를 고려해 그러한 목적을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략적·안보적으로는 이 같은 목적이 내포돼 있으며 한국 정부로서도 이 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9일 중국의 서해 훈련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한미특수전사령부(SOCKOR)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의 일환이었던 실사격 근접항공지원 훈련 사진을 자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중국이 서해 실탄 사격 훈련을 예고한 시점에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령부는 현장 사진과 함께 “한미가 지난달 27일과 28일 강원도 필승 사격장에서 사령부 주관으로 실사격 근접항공지원을 수행했다”면서 이 훈련이 한국 방위를 위한 상호 운용성 향상에 중점을 뒀고, 이는 실질적 훈련을 위해 한미가 공유하는 약속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사격 근접항공지원은 지상군과 공군이 연계해 진행하는 항공 화력지원으로, 헬리콥터나 전투기 등을 이용한 공습으로 지상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실사격 훈련에는 미 공군 제51항공단 36전투비행대대 소속 F-16, 25전투비행대대 소속 지상공격기 A-10 등이 참여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