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은 조직적 살해 위해 잘 계획된 음모”

0:00 / 0:00

앵커: 말레이시아 법원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로 살해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사건이 조직적으로 그를 살해하기 위해 잘 계획된 음모란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16일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여성인 시티 아이샤(26)와 베트남, 즉 윁남 여성인 도안 티 흐엉(30)에게 최종 변론에 나설 것을 지시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이 두 명의 피고인과 네 명의 북한 용의자 사이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해 잘 계획된 음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두 여성에게 최종 변론을 준비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오는 11월에 재개될 재판에서 이들이 최종 변론을 통해 새로운 반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들의 유죄가 확정될 전망입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이들은 교수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여성은 김정남의 얼굴에 신경성 독극물인 브이엑스(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두 여성은 '몰래카메라' 방송을 찍는다는 북한인 용의자들에게 속아 이용당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두 여성에게 독극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리지현, 홍송학, 리재남, 오종길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변호인들은 그동안 피고인들이 북한의 정치적 암살의 노리개로 이용당한 것이라고 항변해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정치적 암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몰래카메라' 방송을 찍는 줄 알았다는 두 여성의 주장에 대해 이들이 독극물 침투가 빠른 눈 부위를 겨냥해 독극물을 발랐고, 범행 후 급히 화장실로 가 손을 씼었으며, 보통 몰래카메라 방송에서 사람을 놀라게 한 후 숨어있던 진행자가 갑자기 등장하는 상황이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난 완 라딘 말레이시아 검사의 말입니다.

라딘 검사: 피고인들이 VX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입니다. 동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암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소행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