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당 총비서 집권이후 한국의 영상과 관련된 북한 당국의 처형 사례가 늘었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인권조사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15일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 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북한 내 처형 및 암매장 장소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관련 조사 및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체는 이 과정에서 지난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 보고서를 발표한 겁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1990년대부터 2019년 사이 한국에 입국한 683명의 탈북민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당 총비서 집권 이후부터 2018년까지 적어도 27건의 공개처형이 일어났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 영상 시청 및 배포 혐의’를 받은 주민에 대한 처형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한국 영상 시청 및 배포 혐의에 대한 처형은 7건, 마약 관련(5건)과 성매매 관련 혐의(5건)에 대한 처형은 10건이었습니다. 인신매매와 살인·살인 미수 혐의에 대한 처형은 각각 4건과 3건, 음란행위 혐의에 대한 처형은 3건이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앞서 지난 2019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서는 재산권 침해 혐의로 집행된 처형이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한국 영상과 관련된 처형 사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정권 시기에 따라 공개처형 대상자의 주된 혐의가 달라져왔다면서 공장 및 기업소 부속품을 절도하거나 물자를 빼내어 판매한 혐의로 처형당한 사례는 김정은 정권 시기로만 한정하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김일성 정권 당시에는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적 처형이 많이 이뤄졌다면 김정일 정권 시기에는 경제난이 반영됐습니다. '경제적 처형'이 이뤄졌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공개처형은 체제 위기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변하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런 처형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어 이 대표는 “북한이 지난해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제정하면서 한국 영상 시청 혐의에 대한 처형을 합법화했고 이 같은 혐의에 대한 처형이 활성화 됐을 것”이라며 “영상 시청을 이유로 처형을 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주된 공개처형 방식은 총살로 조사됐습니다. 3명의 사격수가 총 9발을 발사해 처형하는 겁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공개처형이 줄어들고 있다는 진술들이 있다면서도 비밀처형의 경우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김정은 총비서 집권이후 공개처형 보다는 비공개처형의 빈도를 늘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북한 당국이 대중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야 할 사안과 관련해서는 공개처형 방식을, 최고지도자나 체제 위협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비공개 처형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공개처형의 경우) 한국 영상, 성매매, 마약과 관련한 대중적인 경고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체제가 문제가 있다고 인식될 것 같은 사안은 보여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공개처형은 김정은 총비서의 권위가 훼손되지 않는 것,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 권위에 도전한 사건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죠.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북한 혜산시를 특정해 이곳에서 벌어진 공개처형의 변화에 대해서도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혜산시의 공개처형 장소가 특정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중 국경과 도심부에서 떨어진 혜산 비행장, 그 주변의 언덕, 산비탈, 개활지 등입니다. 공개처형 등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겁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아영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는 김정은 정권이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적 감시 강화에 더욱 신경 쓰고 있음을 시사하나 이는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비밀처형, 실내처형 같은 비공개 처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