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2022년 미북관계, 사실상 동결 상태 지속될 것”

0:00 / 0:00

앵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2022년 미북관계에 대해 사실상의 동결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최근 2022년 국제정세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통해 미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북한과 단발성 대화를 할 것이라면서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단발성 대화의 경우 상호 입장을 타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연구소는 미북관계도 사실상 동결 상태로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미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 내 정치, 경제 위기 대응에 정치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과 같은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미국의 실무팀 수준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특히 미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실무협상의 절차, 외교수단으로서의 제재 등을 중시하고 불량국가와의 대화 자체가 보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당 총비서 간의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경우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를 참조한 2단계 접근법을 북핵 협상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잠정 합의’와 ‘본 합의’로 나눈 협상 방식으로 북핵 해결에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연구소는 북한의 현황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핵실험 및 전략무기 시험 수요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플루토늄탄, 고농축우라늄탄, 수소폭탄 및 전술핵무기 등 다양한 핵탄두와 새롭게 개발 중인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시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이 2022년에는 강경 도발에도, 대화에도 나서지 않은 채 미국의 양보와 이른바 ‘새로운 셈법’ 제시를 요구하며 대치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전망입니다. 현재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및 보건 위기 등을 겪고 있고 자연재해로 인한 타격까지 입어 추가 제재를 초래할 수 있는 강경 도발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연구소는 북한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서는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면서도 핵무력을 바탕으로 대외활동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현재까지 확보한 핵 능력으로 현재 수준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향후 경제발전과 국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주의’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올해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사상 중시 깜빠니아를 펼쳤고 노동신문 2면 전체를 김정은 총비서의 사상적 위대성을 칭송하는 데 할애하는 등 김정은 우상화 담론이 집권 초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는 겁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다음 단계로 ‘김정은주의’가 공식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연구소는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라는 용어가 두 사람의 사후에 공식화된 반면 ‘김정은주의’의가 나온 것은 분명 이례적인 것”이라며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여기서 파생된 애민사상을 ‘김정은주의’로 정식화하고 민심 관리용 이념 도구로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해 사용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한 자체적인 봉쇄 상황에 대한 출구전략을 내년에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연구소는 북한이 특정한 계기와 시점에 식량과 비료 등 전략물자를 중심으로 매우 제한적인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인력이 국경을 직접 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엄격한 차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구소는 “북한이 농업자재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음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 모내기를 앞두고 관련 자재를 수입할 것”이라며 “다만 경제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불만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