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성인’ 카폰 신부, 29일 고향 캔자스서 장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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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한국전쟁의 성인'으로 알려진 에밀 카폰 신부의 공식 장례식이 오는 29일 그가 세상을 떠난지 무려 70년만에 그의 고향 미국 캔자스주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 3월, 한국전쟁 후 70년만에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이 신분을 공식 확인한 에밀 카폰 신부(1916-1951)의 유해가 이달 말 그의 고향인 미국 캔자스주에 돌아와 안장될 예정입니다.

1940년 사제 서품을 받은 에밀 카폰 신부의 출신 교구인 캔자스주 위치타 교구와 그의 유족들에 따르면 카폰 신부의 유해는 이달 말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대성당에서 송별 미사를 마친 후 하와이 태평양국립묘지에서 운반돼 25일 캔자스주의 대도시 위치타(Wichita)에 위치한 아이젠하워 공항에 항공편으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날 카폰 신부의 유해가 그의 유족들과 함께 공항에 내리면 공항에서부터 장례 행렬이 시작돼 26일에는 그의 고향마을인 필센의 세인트 존 네포무센(St. John Nepomucene)에 도착하고, 고향 마을 사람들과 비공개 추모 행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습니다.

카폰 신부의 유족인 조카 레이 카폰 씨는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비공개 추모 행사를 따로 계획한 배경은 지금도 카폰 신부의 고향 마을에는 그 누구보다 그의 귀향을 고대해온 많은 고향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레이 카폰: 하와이에서 유해를 모시고 와 캔자스주 위치타에 내린 후 곧 바로 고향인 필센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귀향의 기쁨을 오랜 시간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고향 주민 분들과 함께 먼저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28일 저녁에는 카폰 신부의 유해가 위치타로 다시 옮겨져 대형 행사장인 '하트만 아레나'에서 공개 전야미사(vigil)를 진행할 계획이며, 이어 다음날 29일 오전에는 같은 장소에서 에밀 카폰 신부의 공식 장례가 치러질 예정입니다.

그 후 곧바로 장례 행렬이 이어져, 카폰 신부의 유해는 위치타 교구 성당 지하실에 안장되게 됩니다.

미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은 지난 3월, 치아 기록과 DNA 대조 기록 등을 통해 카폰 신부의 유해를 최종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카폰 신부의 유해는 약 700명의 신원불명 전사자들이 뭍혀 있던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 매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카폰 신부는 1950년 한국전쟁에 군종신부로 파견됐다가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고 이듬해 5월 23일 폐렴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벽동 포로수용서에서 선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카폰 신부의 이야기는 1954년 포로수용소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출판된 책, '종군 신부 카폰 이야기'를 통해 처음 알려졌고, 1956년에는 당시 신학생이었던 한국의 정진석 추기경이 이 책을 번역 출간해 한국에도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2013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 정부는 전쟁터에서도 인류애를 실천한 카폰 신부의 공로를 인정해 최고 무공 훈장인 명예 훈장을 추서했고, 당시 그의 조카인 레이 카폰 씨가 훈장을 대리 수여했습니다.

한편 앞서 올해에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에밀 카폰 신부에게 그의 헌신을 기리는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카폰 신부는 부상자를 돌보고 미사를 집전하며 적군을 위해 기도하는 지극한 사랑을 실천했다"며 "포로가 된 극한 상황에서도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카폰 신부의 정신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993년 교황청 시성성은 카폰 신부를 시성 절차의 첫 단계인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한 바 있습니다.

카폰 신부의 출신 교구인 미국 위치타 교구을 비롯해 그를 기억하는 카톨릭 신자들은 계속해서 카폰 신부를 시복의 마지막 단계인 '성인'으로 추앙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그의 유해가 확인됨에 따라 향후 로마 교황청의 시성 절차도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